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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더 멋있게 더 예쁘게…한글 글꼴개발 확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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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디자인이 경쟁력' 이라는 명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한글 글꼴개발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타이포그래피(글꼴 디자인)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이 작업은 글에 혼을 불어넣는 것과 같다. 이를 한글에 국한시킨다면 민족혼을 담는 열정으로 간주할 만하다.

특히 최근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는 '한글의 새로운 시도-마인드 4.0' (안그라픽스 펴냄)이라는 단행본을 출간, 올 한글날의 의의를 각별하게 한다.

이번 책은 한글창제의 철학을 '자연과 인간중심' 으로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세종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글꼴 변천사를 먼저 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한글 글꼴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김진평(작고).안상수(홍익대 교수.시각디자인학).한재준(서울여대 교수.시각디자인학).홍윤표(단국대 교수.한국학)등과의 인터뷰도 눈길을 끈다.

특히 한글 글꼴개발을 산업화하고 있는 전문회사와 이 분야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대학동아리에 대한 조명이 새롭다. 이 분야 종사자들의 표현으로는 '글꼴 디자인〓수도쩜?길' . 이런 고행의 세계로 뛰어든 신예 디자이너들의 사연에서 우리 디자인계의 미래전망을 읽어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왜 올들어 부쩍 이 분야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일까. 물론 그 전환점을 올해로 간주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윤디자인연구소 윤영기 소장이 '윤영기의 한글 디자인' (정글 펴냄)이라는 단행본을 통해 글꼴디자인의 비법을 공개하고 4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열렸던 제8회 '자그라프' (시각커뮤니케이션 국제전)에서 안상수 교수가 '쌈지아트북-가난한 예술가들의 여행' 으로 대상을 받으면서 관심의 수준이 달라졌다.

지난 7월 대법원이 내린 글꼴에 대한 저작권 인정판결은 글꼴 디자이너들의 숙원을 푸는 '사건' 같은 것이었다.

여기다가 10월초 예술의 전당 서예관에서 열린 '인간과 문자-동아시아 문자예술?현재전' 은 글꼴에 대한 개념을 현대에서 역으로 전통까지 끌어올려 주목을 받았다.

한국.중국.일본.미국.캐나다 5개국 5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행사에서는 해당국의 글꼴을 디자인뿐 아니라 회화.설치미술로 표현했다. 문자의 조형미를 종합적 미술개념으로 확대시켰던 셈이다.

이 행사에 작품을 낸 것은 물론 일련의 글꼴 개발의 중심에 위치한 인물은 안상수 교수. 현대적 의미의 한글 글꼴을 예전의 네모꼴에서 탈네모꼴로 이어가는 작업도 역시 그와 한재준 교수 등이 주도하고 있다.

안 교수의 말로는 네모꼴 글자체 한벌을 완성하기 위해선 무려 1만1천1백72개의 음절을 디자인해야 하지만 극단적인 탈네모꼴에선 자음과 모음 24개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안상수체' 는 이렇게 탄생했다.

'장난 아니냐' '읽기 힘들다' 는 반론에도 불구, 그의 글꼴 디자인은 포스트모던한 문화현상과 호흡을 같이하며 확산됐다. '해체와 재조합' '어울림' 으로 압축되는 안 교수의 타이포그래피 철학이 포스트모더니즘과 궤를 같이하면서 주목을 받은 것이다. 어쩌면 이는 '환경 친화적' 문명의 흐름과도 흡사할지 모를 일이다.

말할 나위도 없이 글자는 문화와 정보를 담는 그릇이다. 또 타이포그래피는 그 그릇에 아름다움과 일정한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특히 그것은 이제 디자인산업의 개념으로 확산되고 있어 더 관심사. 우리의 한글 사랑과 가꾸기도 이런 관점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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