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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국방예산 줄이면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6월 북한측의 북방한계선(NLL)침범으로 연평도 근해에서 벌어진 연평해전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현대식 장비로 산뜻하게 무장된 우리 해군함정들이 노후한 재래식 장비로 도전해 온 북한 함정들에 엄청난 손상을 가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본 대다수 국민들은 통쾌함과 함께 우리 군의 방위력에 깊은 신뢰감을 가졌을 것이다.

이번에 우리 해군이 이같이 빛나는 전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70~80년대에 우리 군이 율곡사업을 통해 전력강화와 군 현대화를 꾸준히 이룩한 덕분이다.

무엇보다 율곡사업에 소요됐던 막대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민 모두가 정성을 모아 낸 방위세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방위세가 중단된 최근 몇년동안에 걸친 국방비 현황을 보면서 '과연 우리 군이 5년 후 또는 10년 후의 미래를 충분하게 대비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최근 5년간 우리 국방예산은 국가예산의 평균 증가율에 훨씬 못미쳤다. 올해의 경우 48년 정부수립 후 처음으로 국방예산이 감소돼 국내총생산(GDP)대비 3%에도 못미치고 있다.

80년대 이전의 국방비가 GDP의 6%수준이었고, 엄청난 에너지난과 경제난으로 시달리고 있는 북한의 국방비가 GDP의 27.0%에 이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동.서냉전이 종식된 후 '이제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 위협은 사라졌다' 라고 안이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또 유럽이나 동아시아 국가들이 국방예산을 줄이는 추세를 감안할 때 우리도 엄청난 국가예산을 줄여 실업문제나 복지 등 시급한 분야를 위해 사용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들 국가와는 판이하게 다른 독특한 안보상황들이 존재하고 있다.

첫째, 80년대말 냉전체제가 무너진 이래 지구촌에서는 매년 수십건의 지역분쟁이 발생했다. 이들 전쟁 대부분이 내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구에서 유일하게 분단상태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분쟁발생 가능성은 어느 지역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극심한 에너지난과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온 국력을 쏟아부어 가공할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남한은 북한에 대해 독자적인 전쟁억제력을 갖추고 있지 못해 주한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북한은 남한 전지역을 사정거리로 하는 중거리 미사일을 휴전선 인근지역에 전진배치중이며, 대량 살상무기인 화생방무기의 대량생산을 통해 남한을 위협하고 있다.

넷째, 북한은 6.25전쟁이 끝난지 50년 가까이 되는 지금까지도 기회만 있으면 간첩과 무장병력을 남파시키는 등 남측을 혼란시키려 하고 있다.

다섯째, 한반도 주변 강대국 가운데 중국과 일본이 최근 군사력을 급속도로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이 언젠가는 우리에게 압박의 형태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이 우리는 당장 시급한 북한의 위협에 적절하게 대처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불특정 안보위협에도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국방력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도 '북한의 무력도발을 불용한다' 는 확고한 안보의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확고한 안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내일을 대비해야 할 것이며, 내일에 대한 대비는 군사력 강화에 기초해야 할 것이다.

김병진 경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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