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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속 업계 명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밥 먹을 시간도 없다' .

28일 낮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인 LG실트론의 경기도 이천 공장. 점심시간에 라인을 세우는 것도 아까워 관리직 사원까지 동원했다. 추석연휴도, 일요일도 없는 24시간 풀 가동 체제다.

납품 물량을 실어내느라 회사 트럭만으로는 부족해 용역차를 쓰기도 한다.

한 직원은 "요즘 해를 보고 퇴근하기 힘들다. 일이 많지 않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힘들어도 행복하다" 고 말한다.

같은 날 오후 서울용산전자랜드의 한 PC점. 퇴근 시간인데도 손님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조립PC업체인 성신컴퓨터 윤성준과장은 "지난달 말 12만원 하던 64메가D램 값이 최근 25만~27만원까지 급등해 컴퓨터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며 "1백만원 이하의 초저가 상품을 팔면서 손해 볼 수는 없지 않느냐" 고 한숨을 짓는다.

반도체 시장이 세계적인 호황국면에 접어들면서 관련 시장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소재나 장비를 만드는 업체는 국내외 반도체 메이커에 물량을 대느라 공장가동률과 매출.이익이 급증하는 반면 용산전자랜드 등 PC 조립시장은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 힘겨워하고 있다.

◇ 즐거운 비명지르는 소재.장비시장〓리드 프레임이라는 반도체 소재를 만드는 삼성항공은 6월부터 생산물량이 월 2천여개 이상 증가해 이 분야에서의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5백억원 이상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공급 시스템 등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케이씨 텍 최경석대리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75억원이었으나 하반기에는 두 배이상 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면서 "인력이 부족해 관리직을 라인에 투입하고 일용직을 쓰기도 한다" 고 말했다.

클린룸 제조업체인 신성ENG는 지난해 1백30억원의 적자를 봤으나 올해는 40억원이상의 흑자를 올릴 게 거의 확실하다고 한다.

반도체 완성품 최종 테스터를 만드는 디아이의 장석길 주임은 "반도체 메이커들이 올해말이나 내년초께 설비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여 납품업체들도 '대박' 이 터질 꿈에 부풀어있다" 고 말했다.

◇ 울상짓는 조립PC시장〓이들은 PC생산을 못하는 것은 말할 것 없고 구입계약을 한 고객들에게 배달을 한 달 이상 미루거나 계약을 파기하고 있다.

이들의 주무기는 초저가 전략인데 최근 64메가 D램이 사재기 현상까지 겹쳐 하루가 다르게 값이 올라 채산성을 맞출 방도가 없다는 것. 서울 용산전자상가조합 관계자는 "이틀에서 한달 분량의 반도체를 구입하는 업체들이 미리 맺은 계약을 해약하거나 고객들에게 구입신청을 받았다가 이를 무기 연기시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컴퓨터 가격 인상을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전자랜드 입주업체로 S컴퓨터 대리점인 금정시스템의 배만호(44)사장은 "컴퓨터 경기가 좋았던 두 달 전만 해도 5만원이었던 64메가D램 값이 지금은 25만원에 이른다" 며 "S컴퓨터가 다음달부터는 PC값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통보해왔다" 고 말했다.

이원호.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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