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大入전형료 너무 비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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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학입시 전형료가 너무 비싸다. 경제위기를 넘겼다지만 아직도 서민 가계는 주름살을 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형편에 자녀의 입시전형료를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 이상 내야 한다면 여간 부담이 큰 게 아니다.

신낙균(申樂均)의원이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대학의 전형료 총수입은 7백12억여원에 이른다.

순수 전형경비를 빼고 10억원의 흑자를 낸 대학이 있는가 하면 1백40여 대학이 대체로 3억~4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입시전형료란 사용자 부담원칙에 따라 꼭 필요한 경비만큼 응시자가 내면 된다. 자녀 입시에 약한 게 학부모 심리다.

이를 이용해 전형료로 대학이 장사를 하려 든다면 온당치 못하다. 입시 홍보나 신입생 설명회 비용을 전형료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학측 설명이지만 대학 홍보비와 전형료는 별개로 봐야 한다.

대학 홍보비나 설명회 비용을 수험생에게까지 전가시킨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현행 입시제도 아래서 입시전형료는 특차와 정시모집에 2만~4만원이 든다. 여기에 논술고사를 보는 대학은 4만~8만원의 전형료를 받는다.

예체능계는 6만5천원에서 9만원에 이른다. 수험생이 4~5차례 복수지원을 할 경우 최소 10만원에서 40만원 이상의 전형료 부담을 안게 된다.

전형료 때문에 응시를 못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대학이 무조건 출혈을 해가면서 전형료를 대폭 낮추라는 요구도 무리다.

적정선을 도출해서 전형료 부담을 줄이는 게 대학을 위해서나 서민가계를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노력하면 줄이는 방안은 나올 수 있다. 예컨대 무용학과 지망생의 경우 무용의상 한벌을 개인적으로 마련하자면 50만원이 든다.

이를 전국대학 무용학과가 뜻을 같이 해 저렴한 기본의상으로 통일하자는 제안을 하면서부터 무용학과 입시 경비가 대폭 줄어들었다.

의상 자체를 대학이 수험생에게 염가로 빌려주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 입시전형료의 적정선은 대학마다 학과마다 다를 수 있어 획일적 전형료를 매길 수는 없다.

대학마다 전형료 예결서를 성실히 기재해 공개한다면 얼마가 모자라고 얼마가 남는지 윤곽이 나올 것이다.

예결서 결과에 따라 남으면 낮추고 경우에 따라서 환불해준다면 이 자체가 대학홍보고 이미지 제고다.

적어도 대학이 전형료를 받아 '장사' 를 한다는 오해의 소지를 남겨서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대학행정이 된다.

2002년 대입 무시험전형이 시작되면 대학마다 입시관리처가 상설기구로 설치돼야 한다.

지원생은 줄어들고 입시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만큼 입시 전형료도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이제 대학은 전형료 몇푼을 더 받아 챙기려는 얕은 수로 대학재정을 꾸려나갈 수 없게 된다.

등록금 인상이나 재단 전입금의 확충 또는 기부금의 활성화라는 근원적인 대책으로 풀어가는 방안을 지금부터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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