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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1인당 GDP 세계 2위, 한국 하기에 달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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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이 나라를 복구하는 데 100년은 걸릴 것이다.”(1953년 맥아더 장군)
“한국은 (2002년 월드컵) 16강에도 오르지 못할 것이다.”(2001년 미국 유에스에이 투데이)

위의 예측은 모두 틀린 것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다음은? “2050년 한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골드먼삭스) 지난해 화제가 됐던 공익 광고 ‘가능성의 나라 대한민국’을 빌려 답하자면 이렇다. “예측을 맞게 하는 것도 틀리게 하는 것도 우리”다.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당시 광고에서 한국의 가능성에 대한 국민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활용된 것 중 하나가 골드먼삭스의 보고서다. 이곳의 미래 예측 능력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일찌감치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경제권의 부상을 점친 곳도 골드먼삭스다. 2005년에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일 때 “3년 후 100달러 돌파”를 전망했고 맞혔다.

그런 골드먼삭스가 2005년 말 브릭스에 이어 새로이 주목해야 할 국가 11곳을 ‘넥스트11’으로 꼽으며 “한국이 2050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한국 식자층들은 반신반의하면서 골드먼삭스의 ‘숨은 의도’ 찾기에 골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의 이런 분위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골드먼삭스의 ‘한국 예찬’은 이어졌다. 2007년 초에는 “브릭스에 한국을 포함해 브릭스(BRICKs)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해 3월에도 한국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재차 내놨다. 이어 지난달엔 “2050년 통일 한국의 GDP가 일본과 독일을 추월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골드먼삭스의 눈으로 들여다본 한국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남한(기술·자본)+북한(자원·노동)=생산성↑
먼저 지난달 21일 나온 ‘통일 한국, 대북 리스크에 대한 재평가(1장)’을 보자. 이는 골드먼삭스가 발표한 188번째 세계경제전망 보고서(Global Economics Paper No: 188)다. 북한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남북 통일이 이뤄지면 달러 환산 GDP가 2050년 일본·독일 등을 제치고 중국·미국·인도·브라질·러시아·인도네시아·멕시코 등에 이어 8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먼삭스가 주목한 것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이다. 북한에는 지난해 GDP의 140배에 달하는 우라늄·아연·납 등 광물자원이 있다. 젊은 인구도 많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남한의 경제활동인구는 제로 성장을 하지만 북한은 연 0.7%씩 늘어난다.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교육 수준도 높아 양질의 노동력 제공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경제 통합을 전제로 한 결과다. 통합 초창기 북한 경제는 연 7% 성장한다고 가정했다. 앞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은 체제 전환 후 GDP가 연평균(1996~2006년) 6.2%씩 늘었다. 한쪽이 다른 쪽에 소득을 지원하는 독일식이 아니라 한 국가 안에 2개의 경제·정치 체제가 공존하는 중국·홍콩식의 통일 과정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했다. 통합 기간 남한의 GDP도 연 0.3%씩 성장한다고 설정했다.

2005년 말 낸 보고서는 이보다 더 긍정적이다. 한국의 1인당 GDP가 2050년 8만 달러를 넘어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GES는 6.9점으로 세계 170개국 가운데서 홍콩(4위)·싱가포르(7위) 등에 이어 17위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총 GDP 규모는 2025년 세계 9위에 올라선 뒤 이후 인구 감소로 2050년 세계 13번째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골드먼삭스의 주장은 2007년 1월과 3월에 나온 후속 보고서를 통해 재차 강조됐다. 그해 11월에 발간된 ‘브릭스, 그리고 그 너머’란 200쪽이 넘는 책자에서도 한국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이어졌다.

공무원, 기업 임직원 원문 구해 읽기도
한국에 대한 골드먼삭스의 긍정적 평가 보고서를 놓고 일부에서는 음모론을 거론한다. 골드먼삭스가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해놓고 돈을 벌기 위해 ‘한국 띄우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골드먼삭스가 유가가 연내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자 시장에서 “유가 선물시장의 큰손인 골드먼삭스가 명성을 이용해 시장을 조작하고 있다”는 설이 퍼졌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골드먼삭스 서울지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골드먼삭스는 리서치와 투자업무 파트가 철저히 분리돼 있다”며 “투자 파트에서 A기업의 인수합병(M&A)을 중개하고 있는데도 리서치에서는 A기업에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보고서가 나오는 조직이 골드먼삭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발표된 ‘통일 한국…’ 보고서를 작성한 골드먼삭스 서울지점의 권구훈(48) 이코노미스트의 설명도 비슷하다. 그는 “한국 증시가 파이낸셜 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 지수에 편입되면서 장기 투자 목적으로 한국을 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늘었다”며 “고객들이 북한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를 자주 물어와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발상을 전환하면 오히려 북한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1992년 하버드대에서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2004년 국제통화기금(IMF) 모스크바사무소 상주대표를 역임했다.

2050년 한국의 1인당 GDP가 세계 2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이는 짐 오닐 글로벌경제연구센터 소장이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나이지리아·멕시코·방글라데시·베트남·이란·이집트·인도네시아·파키스탄·필리핀·터키 등 11개국(넥스트11)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오닐 소장은 2001년 브릭스 개념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골드먼삭스 관계자는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 (투자은행) 리서치의 의무”라며 “오닐 소장의 보고서는 한국이 아니라 넥스트11이 주제이며 게다가 (광고에 나왔던 것과 달리) 2050년 세계 2위 경제대국이 아니라 경제는 성장하는데 인구가 줄어드니 1인당 GDP가 세계 2위가 된다고 전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말 한국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담은 골드먼삭스 보고서가 처음 나왔을 때는 다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007년 1월과 3월에도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발표되자 파장이 커졌다. 당시 정부 부처 관계자와 기업 고위 임원 중 다수는 보고서 원문을 구해 읽기도 했다. 2007년 5월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장 자격으로 뉴욕을 방문했을 때 골드먼삭스 로버트 호멧 부회장을 만나 감사 표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 관계자는 “국가신용등급 관리를 위한 홍보 활동을 할 때 골드먼삭스 보고서를 활용하고 있다”며 “골드먼삭스 보고서를 계기로 그간 평가절하했던 우리의 잠재력에 대해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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