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삼성전자 이상완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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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삼성전자 초박막액정표시장치 (TFT - LCD) 사업부 이상완 (李相浣.49) 부사장은 샤프.NEC등 일본 경쟁업체에 '경계 대상 1호' 다.

일본 업체들은 지난 수십년간 지켜온 TFT - LCD 세계1위 자리를 올해 한국에게 내준 주요인의 하나로 그를 꼽고 있다.

그는 지난 93년9월 삼성전자 TFT - LCD 사업부문의 책임자로 온 후 줄곳 같은 일을 하면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 부문을 개척, 삼성을 이 분야 세계 1위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반도체 생산관리 등의 업무를 맡다가 TFT - LCD 부문을 맡을 당시 이 분야는 걸음마 단계였다.

"당시는 생산도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95년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하고 직원들이 열심히 해준 덕에 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세계1위에 오르는 경이적인 기록을 올린 것이죠. " 하지만 이 기록에는 많은 땀이 배어 있다.

그는 부임하자 마자 사무실에 '장화.랜턴.철모' 를 준비하고 공장생산 현장과 라인 점검에 들어갔다.

맨 땅에 지어지는 공장을 매일 점검하다 보니 장화에 진흙 마를 날이 없었고 철모는 곧 색이 바래졌다. 숙식은 공장 건설현장에서 해결했다.

그 결과 95년 국내 처음으로 TFT - LCD 양산을 시작한데 이어 96년 10월, 그리고 지난해 11월에 각각 2.3라인 건설에 성공했다. 모두 설비반입후 4개월만에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일본업체에 비해 생산기간이 절반밖에 들지 않았다.

"특히 환란이 고비였습니다. 후발 주자인데다 경제상황이 안좋아 부담이 컸습니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공격적인 경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 판단은 적중,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경기가 좋아지면서 삼성은 그동안 투자를 미뤘던 일본업체를 제치고 세계적인 업체로 부상할 수 있었다.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하기 전까지 그는 별도의 방이 없이 직원들과 한 사무실에서 생활했고, 연구원들과 밤샘 토론도 마다하지 않았다.

생산관리 전문가로 신규사업 진출 때마다 선두에 나서는 스타일때문에 '불도저' 로 불리는 그는 "계속적인 투자와 인력 확충으로 어렵게 올라선 선두위치를 꼭 지키겠다" 고 다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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