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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태풍 왜 호우부르나…열대성 태풍 고기압 만나 발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가을 태풍' 이 릴레이 경주를 하듯 잇따라 한반도를 향해 몰려들면서 폭우를 퍼붓고 있다.

제17호 태풍 '앤 (Ann)' 이 서울 등 중부지방에 2백㎜가 넘는 많은 비를 쏟아 부은 데 이어 제18호 태풍 '바트 (Bart)' 마저 북쪽으로 계속 올라오고 있어 추석연휴를 앞둔 22일까지 집중호우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올 가을 태풍은 지난 12일 제15호 '요크 (York)' 를 시작으로 14일 '지아 (Zia)' , 16일 '앤' , 17일 '바트' 등 네개가 하루 이틀 간격으로 발생해 우리나라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가을 태풍은 7, 8월 발생하는 여름 태풍과 달리 북위 20도 이상의 고위도 해상에서 '열대폭풍 (Tropical Storm)' 급으로 격상돼 2~3일만에 대륙에 상륙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16~18호 태풍 모두가 태풍의 주요 발생구역인 북위 5~10도 해역이 아닌 북위 20도 이상 해상에서 발생했다.

고위도 해상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적도부근의 엄청난 열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채 북상하기 때문에 중심부근 최대 풍속 등 바람의 세기는 크게 떨어진다.

또 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고기압에 막혀 자주 제자리에서 멈춰서곤 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때마다 태풍은 시계반대 방향으로 회전을 계속하면서 보유한 에너지를 모두 써버리기 때문에 태풍의 정체구역에서는 강한 비구름대의 영향으로 좁은 구역에 집중호우가 발생한다.

일본열도를 따라 올라간 '지아' 의 경우 규슈 (九州) 지방 등에 많은 비를 내려 사망.실종 11명의 인명피해를 내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말 한반도에 많은 피해를 줬던 '예니 (Yanni)' 도 동해안으로 빠져나가기 직전 포항지역에 멈춰 회전하면서 이틀 동안 무려 6백㎜가 넘는 폭우를 퍼붓기도 했다.

기상청은 이처럼 가을철 태풍이 잇따라 발생, 대부분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원인을 고수온 현상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비정상적인 위치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박정규 장기예보관은 "동아시아 해상의 고수온 현상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태풍 발생의 '호조건' 이 되는 데다 중국 북부지역의 대륙고기압과 일본 열도쪽의 북태평양고기압 사이에 낀 한반도가 열대성 저기압에 해당되는 태풍이 지나가는 통로가 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잦은 태풍 발생은 이달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호우에 특히 대비할 것" 을 당부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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