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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교과서 속 대한민국 “영양부실, 원조받는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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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 세계 199개국에서 발간하는 교과서 중 한국 관련 내용이 기술된 건 1만9900여 종으로 추산된다. 외국 교과서의 오류를 전담 수정하는 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03년부터 6년에 걸쳐 이 중 59개국 1147종(6%)을 분석했다.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590여 종(51%)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나머지 1만7000여 종은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교과서는 대략 5년마다 개정된다. 바로잡을 틈이 없이 오류가 ‘재생산’될 우려가 있는 셈이다. <표 참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황 의원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오류를 분석하는 연구사는 6명”이라며 “1인당 연간 50종을 분석한다고 하니 기존의 외국 교과서만 다 분석하는 데 66년여가 걸린다는 얘기”라고 실태를 전했다. 연구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을 보는 오류의 수준은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의 교과서(『The New Wider World』·새로운 더 넓은 세계)는 한국을 후진국 내지 개발도상국으로 소개하고 있다. ‘국제 원조를 받고 있는 나라’ 또는 북한과 함께 ‘덜 발전한 나라’로 분류했다. 이탈리아 교과서에선 한국과 북한을 혼동한 듯한 대목이 있다. ‘리비아·이라크와 함께 핵무기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고 꼽았다.

중남미 국가의 교과서에선 과거 자료나 잘못된 자료를 인용한 듯한 대목이 많았다. 칠레의 교과서는 한국을 ‘영양부실국가’로, 파라과이는 일본과 함께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기술했다. 멕시코 교과서엔 “한국이 1948년에 독립했고 공산품 수출국이 아니다”란 식의 표현이 있다.

중국과 일본 교과서의 경우에는 역사 인식이 문제였다. 2007년 베이징사범대학출판사, 지난해 인민교육출판사에서 발간된 『중국 역사 7학년 하책』엔 고구려를 고려로, 발해를 당의 영토로 기술했다.

황 의원은 “외국 교과서의 수정을 위해선 각국의 교과서 정책에 영향을 주는 정부기관, 출판사와 연구소는 물론 교과서를 실제 사용하는 교육 현장에까지 지속적으로 한국 이해 자료를 제공하고 끊임없이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며 “인원과 예산이 확충되는 등 정부 정책이 질적으로 달라지지 않고선 교과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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