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 국정조사? 내년 예산안 또 시한 넘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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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민주당은 당초 이번 국감을 ‘4대 강 국감’으로 규정하고 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데 총력전을 펴왔다. 이 과정에서 수자원공사가 “법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내부 지적을 묵살하고 4대 강 사업을 강행한 의혹을 제기하는 등 성과도 올렸다. 그러나 사업의 축소나 수정까지 끌어낼 결정타는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4대 강 사업 이슈화를 계속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연말까지 이어지는 예산 심의 정국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아직 시행조차 않은 4대 강 사업에 국정조사를 하자는 건 억지 요구”라며 “예산은 대한민국 살림을 총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인데, 살림조차도 않겠다는 거냐”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예산을 볼모로 한 정치공세”(안 원내대표)일 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야당이 등원이나 안건처리를 놓고 조건을 거는 관행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국정조사는 여야가 합의하지 못할 경우 의원 20인 이상이 발의하면 표결(재적 과반 출석 및 출석 과반 찬성)로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의 의석을 전부 합해도 재적 과반(146석)에 못 미친다. 한나라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국정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여야가 당분간 4대 강 국정조사를 놓고 공방을 벌이게 됨에 따라 내년 예산안이 헌법이 명시한 마감기일(12월 2일)까지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예산안은 지난해의 경우 12월 13일 야당의 불참 속에 강행 통과된 것을 비롯해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해 2000년대 이후만도 2002년(11월 8일 통과)을 제외하곤 매년 법정시한을 넘겨 연말 막바지에 처리돼 왔다.

이현우 (서강대·정치학)교수는 “4대 강 사업은 내년 예산에 일부가 반영되는 만큼 문제점이 있다면 당연히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법정기한 내에 정책적 타협으로 이견을 해소해야지 정쟁으로 치달아 국회가 법을 어기는 사례를 재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현재 국감 중인 만큼 (4대 강 사업은) 국감에서 충분히 조사하는 게 우선 순서라고 본다” 고 말했다.

강찬호·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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