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종교계도 추석맞이 준비 한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제사 덕에 이밥이라' 는 속담이 있다. 날마다 끼니마다 잡곡밥만 먹다 제사밥 만큼은 쌀밥으로 올리니 조상 덕분에 쌀밥을 먹는다는 말이다.

살아서는 물론이고 죽은 후에도 부모.조상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것은 우리 민족의 미덕이다.

제사는 물론 명절에도 차례상을 차려 우리는 조상의 음덕 (陰德) 을 기려오고 있다. 종교계도 이런 미풍양속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특히 천주교는 이번 추석을 맞아 '조상제사예식' 시안을 마련해 관심을 끈다.

한국사목연구소 상제례토착화연구위원회가 마련한 이 시안에 따르면 먼저 금욕과 절제, 이웃에 대한 자선, 집 정돈등으로 명절을 맞을 준비를 한다.

제사 상은 각 가정의 관습에 따라 음식을 진설하되 형식보다 정성을 우선시할 것을 당부한다.

올해부터 이에 따라 가톨릭 신자 가정은 차례를 지낼 것을 권고한 이 시안은 주교회의 인준을 거치면 가톨릭 제사의식으로 확정되게 된다.

토착화에 힘써온 가톨릭에서는 유교식 전통에 따라 가정에서 제사를 드려온 것을 허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시안을 내놓으면서 좀더 적극적.공식적으로 제사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수 있다.

십계명에 드러나는 '부모를 공경하라' 는 부모에 대한 공경을 유교제사를 수용해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한편 불교계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차례를 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합동차례를 지내게 된다.

딸만 있는 가정, 아들이 사망하여 어머니가 제사를 올리는 가정, 실향민, 소년소녀가장, 무의탁 노인 가정등을 위해 전국의 주요 사찰에서 합동차례와 개인차례를 올린다.

또 사찰이나 사찰 산하 복지관에서는 추석을 맞아 관내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이나 송편등 제수용품과 생필품을 나눠줘 차례상을 올리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해 첫 수확으로 조상께 제사를 드리는 추석. 오늘의 나를 있게해 이 결실 (結實) 을 거두게 한 조상과 이웃에 감사하는 민족의 미풍양속의 그 속뜻은 물론 형식까지도 종교계가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