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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덕수궁앞 '집회막기' 고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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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외국인이 즐겨찾는 관광명소이자 서울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인기있는 덕수궁 대한문 (大漢門) 앞이 최근 연일 시끌벅쩍하다.

서울시의 행정에 불만을 토로하는 군중 집회 공간으로 '애용' 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오후에도 고려운수 소속 택시노동자 20여명이 '악덕 사업주 처벌과 사업면허취소' 를 서울시에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이달 들어 열흘째다.

이들은 서울시장 집무실을 향해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운동가요와 진혼곡 등을 틀었다.

올들어 9월 16일 현재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신고된 3백여건의 옥외집회 가운데 '덕수궁앞' 은 64건. 지난해 30여건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집회의 메카' 인 서울역.탑골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곳이 집회장소로 선호되는 이유는 하루에도 수천명이 오가는 곳이어서 선전효과가 크기 때문. 집회가 이어지다보니 서울시와 남대문경찰서에는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인근 상가 주민들의 '2차 민원' 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경찰에 집회를 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신고제인 현행 집시법상 결격 사유가 없다" 며 난색을 표했다.

현행 집시법 11조는 국회.법원.외국대사관 등으로부터 직선거리로 1백m안에서는 집회를 금지할수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영국 (4백m).싱가포르 (3백m). 브라질 (2백m). 캐나다 (4백m) 대사관과 미국대사관저 (5백m) 등은 모두 덕수궁 대한문으로부터 2백m 이상 거리를 두고 있다.

민원인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못하는 것도 시청이 인근 대사관으로부터 1백m안에 있기 때문이다.

시는 환경부에도 "집회 참가자들이 사용하는 확성기 소음이 80~1백20㏈을 넘는다" 며 소음규제를 요구했지만 "소음진동 규제법상의 대상으로 볼수 없다" 는 회신만 받았다.

시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찾는 이곳에서의 시위는 국가 이미지에 손상을 주는 만큼 문화관광부에 최종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요청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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