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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행 독감 바이러스가 21세기 인류 최대의 적”

중앙일보

입력

대유행(pandemic) 독감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국민과 인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는 지난 추석연휴기간에도 연구실에서 바이러스와 씨름 중이었다. 그는 “21세기 인류는 전염병과 대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며,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많은 질병 중에서도 호흡기로 전파하는 대유행독감바이러스가 인류 최대의 적”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신종플루(H1N1)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대유행독감으로, 전 세계 학계에서는 고병원성 조류독감 (H5N1)이 21세기의 첫 번째 대유행독감이 되리라고 예측했고, 준비를 해왔습니다. 대유행독감은 한 세기에 3~4번은 발생 했고, 21세기에도 앞으로 최소 2번 정도는 더 발생할 것입니다. 21세기의 2번째 대유행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1)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신종플루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맹독성의 바이러스가 대유행이 된 적은 없다. 이 바이러스에 의한 대유행이 발생하면 상상을 초월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냐하면,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모든 장기에 감염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고, 치사율도 60%에 육박하기 때문이죠. 이 바이러스가 만약에 지금 발생하면 초기 전파단계에서 감염자의 30% 이상이 사망하게 될 것입니다”라며 우리나라도 여기에 정부차원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신종플루(H1N1)는 얼마나 위험한가?

“신종플루(H1N1)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염된 적이 없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사람의 호흡기도(기관지 및 폐)로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면역력이 사람들에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학계에서는 내년 5월 까지 전세계 인구의 30%-50% 정도 감염을 하게 되리라 예상합니다.

신종플루(H1N1)은 현재 일반 독감 바이러스 H1N1와 달리 폐로 감염됩니다. 때문에 폐에 바로 문제를 일으킵니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족제비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이 실험에서 신종플루(H1N1)은 감염된 지 3일 만에 족제비의 폐에 심한 폐렴증상을 일으켰습니다. 일반 독감인 H1N1은 족제비의 폐에 폐렴증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북반구가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는 10월 말경부터 신종플루 (H1N1)의 감염자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비한 충분한 백신의 확보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올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1336만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는데?

“신종플루(H1N1)에 대한 백신은 적어도 2주 전에는 접종받아야 면역이 형성됩니다. 북반구의 신종플루(H1N1)에 대한 피해는 얼마나 충분한 백신을 조기에 공급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신종플루(H1N1)의 전파경로는?

“신종플루(H1N1)는 주로 비말(aerosol)로 감염되며 손을 씻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주요감염이 호흡기로 전파됩니다. 때문에 신종플루 (H1N1)감염 환자가 가정이나 사무실에 발생했을 때 환자의 기침으로 방출되는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기 중에 있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것은 사람들 간의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어떤 환경에서 잘 생존하며 사멸의 요건은 어떻게 되는가?

“24℃ 정도의 온도에서는 신종플루 (H1N1)가 12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습니다. 신종플루는 온도가 낮을수록 생존율이 높아지며, 4℃ 이하로 떨어지면 1주일이상 생존할 수 있습니다. 또, 56℃에서 30분 정도 끊이면 거의 사멸됩니다.”

-신종플루(H1N1)의 연구는 어디에서 이루어지나?

“신종플루(H1N1)는 현재 감염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에 모든 연구는 생물안전 3등급안전시설(BSL-3)시설에서 이루어집니다. 참고로 생물안전시설은 1등급-4등급으로 나누며, 등급이 높을수록 안전도가 높은 연구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종플루 (H1N1) 및 고병원성조류독감(H5N1)은 BSL-3 시설에서 연구를 수행하도록 국제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의 독감바이러스연구소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BSL-3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이 실험은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저와 2명의 대학원생만이 이 시설 내에 출입을 할 수 있습니다. BSL-3 시설은 음압이 유지되기에 산소가 부족하여 3시간 이상 연구를 수행할 때는 젊은 학생들도 힘들어 합니다.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대한 연구는 사명감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 신종플루(H1N1) 및 고병원성 조류독감(H5N1)을 연구하게 되었나?

“1993년 국비장학생으로 미국에 간 후 1997년 12월 코로나바이러스(사스바이러스가 여기에 속함)에 대한 세포면역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때 홍콩에서 고병원성조류독감에 의해 18명이 감염되어 6명의 사람이 사망했다는 것을 CNN을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고병원성조류독감을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이유는 대유행독감으로부터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데 기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박사후 연구원으로 미네소타 대학으로 가기로 계약을 한 상태였습니다. 미네소타 대학에 도착한 후에도 고병원성조류독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자리를 옮기기로 작심하고, 독감바이러스의 최고 권위자인 웹스터 박사(St. 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 Memphis, Tennessee, USA)가 박사후 연구원을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지원해 고병원성조류독감을 1999년부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2002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 고병원성 조류독감연구로 제1저자(주저자)로서 Journal of virology에 4편, Nature Medicine에 1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대유행에 대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은 대유행(pandemic)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유행 표준바이러스를 도입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한 백신주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백신은 실제로 효력을 나타내기 어렵습니다. 결국엔 어느 나라에서 발생하던 지간에 초기 대유행바이러스를 분양받아 10일내에 백신주를 개발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며, 저희연구팀은 이 역할을 수행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대유행에 대비한 연구를 위한 바람이 있다면?

“그동안 정부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 할 수 있게 정부에서 지원해 주시면, 대유행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오늘도 밤낮없이 독감 바이러스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서상희 교수. 연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진 그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한결같았다. 충남대 수의학과 김현수 교수는 서상희 교수를 ‘세상물정에 별 관심이 없고 오직 인플루엔자 연구만을 위해서 태어난, 참되고 열정이 충만한 과학자’라고 평했다. 또 서상희 교수의 제자로 지금은 중앙백신연구소에서 근무하고 김희만씨는 ‘서 교수님은 딱딱한 지식만을 전하는 교수가 아닌, 제자들의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주시는 다정한 분’으로 ‘동물병원을 경영하려던 저에게 바이러스 연구의 길로 이끌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앞으로도 서상희 교수의 남다른 열정이 대한민국의 바이러스 연구와 백신개발의 원동력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해본다.

기획취재팀 강부덕 팀장 culepia@joongang.co.kr

서상희 교수 약력

1988 경북대학교 수의학 학사
1997 Texas A&M University 박사
1998 미네소타 대학 박사후연구원
1999 St. 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 박사후연구원
2002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부교수
2009 충남대학교 독감바이러스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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