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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 레터' 美-日대결…비슷한 시기 국내 개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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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가을 스크린에 연애편지 바람이 일 것 같다. '러브레터' 란 제목의 미국.일본영화가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홍콩출신 천커신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이고, 다른 한편은 일본 이와이 순지 감독의 영화다.

현재로는 두편 모두 가을 개봉을 계획 중이다. 천커신 작품이 다음달 23일로 예정돼 있고, 이와이 순지의 것은 이보다 조금 늦은 11월 초반으로 잡혀 있다.

동시개봉은 피했지만 연애편지에 얽힌 미.일 양국의 정서와 영화적인 특색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다.

미국의 '러브레터' 는 천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그는 국내에 애호가들이 많은 '첨밀밀' 과 '금지옥엽' 을 만든 홍콩 멜로의 선두주자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눈에 들어 할리우드 입성, 첫 작품을 드림웍스에서 만드는 행운을 잡았는데 스필버그의 부인인 케이트 캡쇼가 주연까지 맡았다.

한 마을에 배달되는 연애편지 한통이 마을사람들의 잠자던 영혼을 일깨운다.

"어느날 내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을 때/당신을 보면 사랑이 샘솟고 당신을 그리면 난 불타오른답니다. " 이런 내용의 편지를 돌려 읽으며 저마다 사랑의 열병에 빠지는 여인들의 '즐거운 착각' 이 상큼하게 전개된다. 지난 5월 미국내 개봉 당시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못봤다.

일본의 '러브레터' 도 세계 영화계의 주목받은 30대 차세대 감독 작품임은 미국의 것과 다르지 않다. 이와이 순지는 국내 지명도로 치면 현역 일본감독중 으뜸이라 할 수 있고 그래서 팬이 적지 않다.

94년작인 '러브레터' 는 일본영화 개방 이전에 이미 국내에 불법 복제판이 나돌 만큼 '입 선전' 을 탔다.

지난 10월 일본영화 1차개봉 때 빛을 못보다 95년 토론토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덕에 이번 2차 개방의 혜택을 보게됐다. 2차 개방 첫 작품으로 기록될 듯하다.

내용은 미국 것과 사뭇 다르다. 관객에 대한 타킷 연령대도 훨씬 낮아 20대 젊은이용. 두 여성이 죽은 애인에 대한 '기억' 을 매개로 상실의 아픔을 달랜다는 이야기다.

일본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답게 이와이 순지 특유의 현란한 편집술에다 감성적 터치로 일본내에서 6개월 장기흥행의 기록을 세웠다.

수입사인 일신창투는 미국 것과 차별성이 뚜렷한 만큼 뒤늦게 개봉하더라도 '러브레터' 란 원제목을 그대로 쓸 것이라고 한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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