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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제개편안으로 울고 웃는 업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정부의 세제 (稅制) 개편안에 따른 파장으로 관련 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소주.맥주에 대한 주세율 정부안이 확정되자 업계는 발칵 뒤집힌 가운데 '마지막 보루' 인 국회를 상대로 설득전에 나서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재경부가 내년부터 TV.냉장고 등에 대한 특별소비세 폐지 계획을 발표한 이후 소비자들이 내년에 사려고 구매를 미루는 바람에 매출이 줄어 가전업체들이 애를 먹고 있다.

반면 자동차업계는 7~10인승에 대한 세제 혜택이 2005년까지 연장되는 쪽으로 방향이 선회하자 이를 계기로 판촉활동을 강화하는 등 기대에 부풀어 있다.

◇ 최악의 소주업계, 차선의 맥주업계 = 진로.두산 등 10개 소주업체들은 정부가 소주 주세율을 35%에서 80%로 올리기로 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진로 관계자는 "참이슬의 소비자가격이 8백원에서 1천40원으로 오르면 음식점에서는 2천원에서 3천원꼴로 오를 것" 이라며 "서민주가 한잔에 4백~5백원 꼴이라면 너무하지 않느냐" 고 주장했다.

소주업계는 앞으로 국회 심의과정에서 주세율이 45%까지 낮춰질 수 있도록 2백만명 서명운동을 계속하고, 범국민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OB.하이트 등 맥주업체들도 맥주 주세율을 1백30%에서 2002년까지 1백%로 낮추는 정부안이 확정되자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소주업체 보다는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다.

OB맥주 관계자는 "순한 술인 맥주가 독한 술인 소주나 위스키보다 주세가 높은 것은 선진국에서는 유례가 없다" 며 "당초 주장대로 주세율을 75%로 낮춰달라" 고 주장했다.

◇ 가전업계는 개점휴업 상태 = LG전자 남대문대리점 金재석 (44) 사장은 가을 성수기인데도 물건이 안나가 죽을 맛이다.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지난달 16일 이후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金사장은 "올 가을에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미뤘던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 신혼부부가 많을 것으로 보고 특수를 기대했는데 무산됐다" 고 말했다.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에 35개의 가전매장을 가지고 있는 '전자랜드21' 도 정부 발표 이후 한때 하루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주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용산 전자랜드.전자타운.테크노마트 등 대형 가전전문 판매업체들은 긴급 모임을 갖고 ▶특소세 폐지 시점을 앞당겨 주거나 ▶제조업체의 협조를 얻어 가격을 미리 인하해 주는 등의 보완책을 각계에 요구했다.

◇ 안도하는 자동차 업계 = 정부가 7~10인승 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 감면 조치를 2005년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선회하자 업계는 크게 반기고 있다.

업계는 올들어 자동차 내수시장의 활황 분위기를 주도해 온 7~10인승 차량이 내년부터 승용차로 분류되는 것과 동시에 등록세.자동차세 등이 바로 인상 되면 전체 내수 시장이 경직되지 않을 까 우려해 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측이 건의한 대로 세제 혜택 감면 조치가 일시 유보돼 다행" 이라며 "앞으로 공격적인 판촉행사를 마련키로 했다" 고 말했다.

김시래.고현곤.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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