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타결 각국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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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베를린 북.미 회담의 타결에 중국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내심 크게 환영하고 있다.

일단 동북아 긴장을 촉발시켰던 뇌관 하나가 제거돼 시름을 하나 덜었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 유보로 일본이 야심적으로 추진하던 재무장화도 당분간 구실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중국의 집요한 북한 설득이 효력을 발휘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는 막겠다" "북한과 미.일 등 서방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희망한다" 는 등의 메시지를 북한에 계속 전달해온 것이 마침내 효력을 발휘했다는 게 자체 판단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13일 북.미 회담이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 는 정도의 사실 보도를 하는 차원에 머물렀다.

이는 향후 북.미 회담을 계속 지켜보겠다는 냉정한 태도로서 섣부른 예단은 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입장을 엿보게 한다.

한편 베이징 (北京) 의 북한 소식통은 북.미 회담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며 동북아의 긴장이 완화돼 북.중간에도 상당기간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역시 북.미 회담 타결을 환영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본 총리는 13일 "전향적인 진전이 이뤄진 점을 평가한다" 면서도 "현시점에서는 북.미 합의만으로 미사일 발사가 확고히 동결됐다고는 인식하지 않고 있다" 고 밝혔다.

대북 제재조치 해제와 관련해서도 "좀더 지켜본 뒤 일본의 대응을 검토하겠다" 고 말해 북.미회담의 구체적 합의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판단을 내리겠다는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고무라 마사히코 (高村正彦) 외상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결이 명백해질 경우 제재조치 해제 등을 검토할 것" 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경우 때마침 터진 아파트 폭탄테러로 경황이 없어선지 북.미회담 타결에 대한 정부 공식논평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외교관계자는 "구체적 합의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는 입장을 피력했다.

[모스크바.도쿄.베이징 = 김석환. 유상철.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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