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김정일 공동회견 했더라면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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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했더라면 좋은 답변을 했을지 모르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오른쪽 빈자리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핵 문제 전망을 묻는 질문에 “매우 긍정적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한 답변 중 일부였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는 최근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전언이었다. 회견에서 이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원 총리가 전해 준 북한의 긍정적 태도 변화를 반기는 표정이었다. 다만 한·일 정상은 북한의 이런 변화가 실질적 핵 폐기 없이 경제 지원만 챙겨 간 과거 행태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단호한 태도로 강조했다.

정상들은 회견에서 북핵 문제 외에 경제·통상, 인적 교류, 세계적 이슈에서도 3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이들 분야에서 한 가지라도 더 성과를 내기 위해 발언 순서, 시간 등에 구애받지 않는 실용적인 태도로 회의를 했다고 한다. 한 청와대 참모는 “세 정상 모두 자신에게 3분 발언이 주어져도, 할 말이 1분 만에 끝나면 바로 다음 정상에게 발언권을 넘기면서 시간을 아꼈다”며 “외교 의전을 탈피한 실무적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특별기 1등석은 재계 인사에=이명박 대통령이 9~10일 베이징 방문길에 탑승한 대한항공 특별기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이 대거 동승했다. 특히 특별기 퍼스트클래스(1등석) 중 이 대통령 자리 외엔 모두 재계 인사들의 좌석이 마련돼 비행 중 자연스럽게 재계와의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방중에는 15명의 재계 인사가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 등의 행사 참석을 위해 동행했다” 고 밝혔다. 특히 재계 대표인 조석래 회장과 이준용 대림 회장, 박용현 두산 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 강덕수 STX 회장 등이 이 대통령과 같이 1등석에 앉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등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좌석 등급이 모두 ‘비즈니스클래스’로 한 단계 낮아졌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귀국길에 특별기 내에서 재계 인사들과 맥주를 마시며 ‘방중 뒤풀이’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베이징=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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