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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런 한나라…비주류 이총재 지도력 성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은 10일 하루종일 들끓었다.

전날의 용인시장 보선 패배와 민주산악회 가입 의원에 대한 당직 박탈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내 비주류와 민산 가입 의원들은 의원총회 등에서 이회창 (李會昌) 총재를 거침없이 성토했고 주류측도 거친 말로 맞받아쳤다.

비주류측은 "이회창 총재가 3金을 닮아간다" 며 당 운영방식을 문제삼았다.

마침 정기국회 개회일에 이뤄진 李총재의 방미 (訪美) 도 비난대상이었다.

◇ 쑥대밭 된 의총 = 李총재측은 의총의 자유토론 시간을 아예 없애버렸다.

민산측이 공세를 취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李총재 인사, 정기국회 관련 보고, 중선거구제를 결심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채택 등의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의총을 마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세기 (李世基) 의원이 갑자기 "자유토론 없는 의총이 어디 있느냐" 며 질의서에 대한 토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부영 (李富榮) 총무가 "지난달 말 의원연찬회에서 채택된 당론인데 왜 뒤늦게 이의를 제기하느냐" 고 하자 李의원은 단상으로 뛰쳐나가 마이크를 거머쥐었다.

"앉아라" (李揆澤의원) "다 끝난 얘기다" (申榮國.權琪述의원) 라는 아우성과 "당당하게 발언권을 주라" (金炯旿.安澤秀.姜聲才의원) 는 고함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李총무는 李의원과 승강이를 벌이다 "당장 끌어내" 라고 고함쳤고 임인배 (林仁培) 의원 등 부총무단이 李의원을 완력으로 자리에 앉혔다.

그러나 발언권 요구는 이어졌고 결국 李총재는 李의원을 단상에 서게 했다.

李의원은 "공개질의서에서 'DJ의 중선거구 주장은 사당 (私黨) 을 만들려는 의도' 라고 했지만 말을 뒤집으면 우리 당에도 해당된다" 고 李총재를 겨냥했다.

이어 민산 회장인 김명윤 (金命潤) 의원이 "총재가 권한 있다고 '조자룡 헌 칼 쓰듯' 칼을 휘두르지 말라" 며 "당내 민주화에 도움이 안된다" 고 가세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李총재는 "미국에 잘 다녀 오겠다" 며 짤막하게 대꾸하고 의총장을 빠져나갔다.

◇ 3金정치 청산위 = 의총에 앞서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위원회 명칭부터 바꾸자는 얘기가 속출했다.

이재오 (李在五) 의원은 "이름을 '구태정치 청산위' 로 바꾸자" 며 "당내 3金식 정치부터 청산돼야 한다" 고 李총재측을 공격했다.

회의 전부터 기류는 험악했다.

의원들은 용인 보선 패배를 후보 공천부터 잘못된 '예고된 패배' 라고 규정, 당 지도부 인책론을 들고 나왔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전용원 (田瑢源) 경기도지부장은 "탈당한 이웅희 (李雄熙) 의원이 추천한 후보를 당 지도부가 무시한 때문" 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李총재가 선거 직전 세풍사건 사과를 한 것이나 민산에 강력한 제재를 가한 것도 선거에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기택 (李基澤) 전 총재권한대행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한나라당이 민산과 힘을 합쳐야 한다" 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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