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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의사들'…400여명 장기기증 서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단순한 진료만이 아니라 몸을 기증하는 것도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충실히 따르는 것입니다. "

청년 의사들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는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내 몸을 기꺼이 환자에게' 를 기치로 내걸고 지난 5월부터 전개된 이 운동은 월간지인 '청년의사' 의 편집장 박재영 (朴宰永.29.공중보건의) 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朴씨는 지난 2월 4일 교통사고로 뇌사판정을 받고 자신의 간과 신장.췌장을 기증했던 대학 후배 임상순 (任祥淳.28.세브란스병원 내과의) 씨의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몸을 타인과 함께 하도록 허용한 후배의 헌신성도 인상적이었지만 장기기증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못해 심장.각막.소장 등 다른 장기는 이식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관련자료를 조사한 朴씨는 매년 1천여건의 이식수술이 시행되지만 약 60% 정도가 혈연간 생체이식이며, 나머지는 비혈연간 생체이식인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장기밀매라는 점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朴씨는 장기기증이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조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한전공의협의회와 함께 '의사 장기기증운동' 을 본격화했다.

'청년의사' 를 통해 한국의 장기기증 실태와 외국의 사례들을 동료 의사들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했으며, 공중보건의사협의회.전공의협의회 회원 1만9천여명에게 엽서를 보내 동참을 호소했다.

4개월간의 노력 끝에 기증서약서를 보내온 의사들은 모두 4백여명. 후배 의학도들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자 시신을 기증한 사람도 40여명이나 됐다.

이들은 올해말까지 2천여명의 서약서를 받아 정부당국에 장기기증과 이식수술을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하는 국가차원의 시스템을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상웅 (韓相雄.33.한양대병원 내과의) 회장은 "장기기증 서약을 한 뒤 내 몸이 누군가에게 쓰일 것을 생각하니 환자 치료에도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 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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