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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5주연속 흥행1위 '식스 센스' 여덟살 소년연기 압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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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아동 심리학자와 죽은 자들의 모습을 보는 초능력 소년과의 우정을 모티브로 삶의 이면을 그려낸 영화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 는 여러면에서 양면적이다.

현재의 삶을 그리고 있는가하면 이 영화는 죽음에 적잖은 비중을 두고 있고, 이것은 어느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의사소통과 불소통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진실' 과 '진실 아닌 것' 의 틈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장르를 따지자면 심령 혹은 심리 스릴러라 할 수 있겠지만 섬뜩한 공포와 따스한 감동이 공존하는 것도 특이하다.

그러나 이미 영적 능력에 대한 신뢰, 즉 무속에 대한 전통이 깊었던 우리 역사에 비춰볼 때 이 영화가 그려내는 이야기에 그리 놀랍고 대단한 요소는 없어 보인다.

이 영화는 아동 심리학자인 닥터 말콤 크로우 (브루스 윌리스)가 어떤 정신적인 충격으로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소년 콜 시어 (할레이 조엘 오스멘트) 의 정신상담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죽은 자들을 수시로 보는 소년은 그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영적능력 (六感)에 대한 얘기인만큼 영화는 자칫 긴장감을 놓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스물 아홉 살의 인도계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캐릭터 간의 팽팽한 균형과 적절한 연기로 긴장감을 끌고 갔다.

그는 윌리스와 할레이, 두 배우의 감정이 서로 몰입되는 과정을 통해 이들이 가장 가까운 사람과도 소통을 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고독에 휩싸인 상황,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지하는데서 오는 공포를 극적으로 살려냈다.

특히 올해 열 한살인 소년 할레이의 연기는 압권이다. 천진한 표정 뒤로 드리워진 고독.공포.충격의 그늘을 담아낸 그의 연기엔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하는 아우라 (분위기)가 넘쳐난다.

다섯 살 때부터 연기생활을 한 그는 '포레스트 검프' 에서 포레스트의 아들 역을 맡았었다.

이 영화의 제작진은 탈진할 정도로 수많은 소년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열었으나 주인공을 찾지 못하다가 할리의 오디션 연기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 있다.

소년이 차안에서 엄마에게 할머니의 영혼을 만났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 과거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 고여있던 오해를 소년이 풀어주는 장면은 '한 (恨)' 라는 한국적 정서와 맞물려 큰 호소력을 발휘하는 대목으로 꼽힐 만 하다.

고통스런 모습으로 현재의 공간을 돌아다니는 망자 (亡者) 들이 애타는 눈길로 소년을 바라보며 진실을 호소하는 장면 역시 섬뜩하고 처연하다.

죽은 자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우리가 지금 놓치고 있는, 혹은 과거의 시간에 묻히고 만 삶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는 역설이 빛나는 장면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주는 제일 큰 충격은 이야기를 이끌고 간 두 주인공의 관계 등 앞의 얘기를 단숨에 뒤집어버리는 마지막 부분의 반전에 있다.

여기서 반전은 이야기를 완결시키는 매듭이면서 평이한 이야기를 특별한 차원으로 끌어올린 방점이다.

그런 힘 덕택일까. 이 영화는 지난 주말에도 전미 흥행 1위를 기록해 미국에서 5주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 덕분에 하루 아침에 최고 스타로 부상한 주인공은 다름아닌 M.샤말란 감독. 열살 때 영화를 찍기 시작해 열 여섯 살 때까지 마흔 다섯 편의 단편영화를 찍은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해오던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18일 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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