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신탁제 도입 펀드난립등 우려 무기한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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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표적인 부동산 간접 투자상품으로 꼽히는 부동산 투자신탁 제도의 도입 계획이 사실상 무기연기된다.

부동산 뮤추얼펀드로 불리는 리츠 (부동산투자신탁) 는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토지.건물 등 부동산에 투자해 이익을 배분해 주는 투자방식으로 미국.호주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널리 시행되고 있다.

건설교통부 강윤모 (康允模) 차관은 8일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올 연말 시행목표로 부동산 투자신탁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여건이 달라진데다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들이 우려돼 계획을 유보키로 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대신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계획" 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투자신탁 제도 도입을 감안, 이미 투자회사를 설립했거나 준비 중인 업체들은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오픈 캐피털 등 2~3개의 투자회사가 설립돼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부동산컨설팅업체들은 제주도 등 지방토지 개발을 토대로 유사 부동산 뮤추얼펀드를 발행해 투자자들을 모집 중이다.

건교부가 도입을 유보키로 한 것은 자칫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개발계획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뮤추얼펀드가 난립돼 투자자들을 현혹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투자회사간 과열경쟁 ▶시중 유휴자금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입에 따른 가격 폭등 등의 소지가 많다는 분석도 나왔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상영 박사는 "이 제도는 일반 부동산보다 성업공사 등에 적체돼 있는 기업 부동산 처분을 원활히 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면서 "부정적인 측면을 들어 리츠 도입 자체를 백지화할 게 아니라 금융기관의 금전신탁 기법을 발전시켜서라도 부동산 간접투자의 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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