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벡위드 교수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할 때부터 그것의 오용을 우려했다. [그린비 제공]
존 벡위드 지음, 이영희 외 옮김
그린비, 304쪽, 1만5900원
그는 완전히 다른 두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그리고 그 둘을 하나로 퓨전해 새로운 분야를 하나 만들었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분자생물학자 존 벡위드 말이다.
벡위드는 1931년생으로 하버드대에서 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65년부터 이 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69년 박테리아 염색체에서 유전자를 최초로 분리해 유전학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과학자의 한 사람이다. 2005년 미국 미생물학회로부터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는 등, 노벨상만 받지 못했을 뿐 과학자로서 최고 명성을 누리고 있다. 여기까지가 그의 한 단면이다.
이 책은 무난한 우등생이던 자신이 어떻게 사회문제에 눈을 뜨게 됐고, 연구와 사회활동이라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병립해왔는지를 다룬 자서전이다. 아울러 60년대 반전 운동을 비롯한 사회문제에 파고들던 자신이 어떻게 과학윤리와 사회적 책임감이라는 영역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게 됐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하버드 의대 교수로 임용된 뒤 반전운동에 깊숙이 관여했다. 68년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된 뒤로는 흑인문제에도 관심을 가졌다. 하버드 의대 신입생 중 흑인이 격년으로 한 명꼴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대학 당국을 설득해 매년 15명의 흑인에게 입학허가를 주도록 했다. 그러다 69년 이후에는 연구와 사회활동의 두 영역을 하나로 합치려고 노력했다. 과학의 사회적 의미와 과학자의 윤리와 책임이라는 분야를 파고들었다. 그 결과가 83년 하버드대의 ‘생물학의 사회적 이슈’ 강좌 개설이다. 과학자의 고민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게 된 것이다.
그의 또 다른 특징은 추상적인 이념이나 논쟁보다 ‘과학의 오용’을 막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활동에 주력했다는 점이다. 유전적인 배경을 이유로 특정 인종이나 개인을 차별할 수 있는 각종 우생학적인 프로젝트를 고발, 비판하는 일에 앞장선 것이 대표적이다.
과학이 진리를 찾아가는 길이라면 그 연구 결과도 윤리적으로, 인간적으로 이용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의 주장이 가슴에 와 닿는다.
채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