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글로벌 금융위기와 Y2K 무슨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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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월街, 이렇게 쓰러졌다
최진욱·김동섭 지음
부글북스, 232쪽, 1만2000원

‘Y2K’가 금융위기를 불렀다?

이 책은 금융위기의 뿌리를 알려면 Y2K부터 따져야 한다고 썼다. 음모이론같이 들릴 수 있지만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Y2K는 2000년을 앞두고 컴퓨터 프로그램의 연도 인식 오류로 인한 대혼란을 미리 방지하자는 움직임이었다. Y2K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기술(IT) 분야에 과도한 투자가 일어났다. 그 이후 Y2K로 인한 과잉 투자 탓에 IT업계의 투자는 급감했고, 그해 3월을 고점으로 나스닥 지수는 폭락했다. IT 거품이 꺼진 뒤 경기 침체로 이어지자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2001년 한 해 동안 무려 11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다.

물론 이 책이 Y2K만을 위기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저금리 정책과 정치인들의 선심공약, 주택융자 브로커들의 ‘묻지마 대출’, 신용평가회사의 직무유기, 감독당국의 능력 부족 등을 골고루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경제학자와 기자가 쓴 미국 금융위기 현장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금융위기가 한창이었을 때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요즘은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조차 “정상화되고 있다는 생각으로 안이(complacency)해져서는 안 된다”고 밝힐 정도로 위기가 한 풀 꺾였기 때문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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