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사태]경찰도 학살에 가담 하룻새 37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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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벨바하야, 루아르 벨바하야 (위험하다, 밖이 위험하다) ." 딜리 취재 당시 투숙한 집주인 딸인 아티 마르타 (23) 는 전화가 연결되자 이 말을 반복했다.

6일 밤에도 계속 총성이 울렸고, 거리는 완전히 공황 (恐慌) 상태라고 아티는 전했다.

아티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 고 간청했다.

취재차량을 제공했던 마리아 테레카도 전화에서 "딜리에 제대로 서있는 건물이 몇 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민병대들이 시내 곳곳을 파괴하고 마구 불을 지른 탓이다.

계엄령에도 불구하고 딜리 시내에는 여전히 무차별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법질서가 붕괴되면서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마리아는 "습격을 자행하는 민병대 속에 경찰요원들이 섞여 있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고 말했다.

경찰과 군인이 '방조' 가 아니라 학살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계엄령이 내려진 7일에도 친인도네시아 민병대가 유엔동티모르파견단 (UNAMET) 소속 차량 50여대에 불을 질렀으나 정부군이 제지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딜리는 밤이면 암흑으로 변한다.

전기가 끊어지기도 하지만 주민들이 민병대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예 불을 켜지 않기 때문이다.

관영 안타라 통신도 6일 하룻동안만 약 37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모타엘.딜리 종합 병원에는 사망자와 총상을 입은 부상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

딜리종합병원 관계자는 "어제 오후 2시쯤에는 일곱살 여자아이가 머리에 총을 맞고 실려왔다" 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에 남아있는 의사가 10명이 안돼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군의 강제 소개 작전이 시작되면서 딜리에는 조직적인 인종청소 소문도 나돌고 있다.

티모르 저항국민위원회의 조아오 카라스칼라오는 "인도네시아 군이 최고 30여만명을 강제추방시킨 뒤 반독립파 주민을 이주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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