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권씨가 살해한 야쿠자 일본내 3위로 급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 경찰은 최근 일본 조직폭력단 (야쿠자) 소속 11명이 부산에 잠입 (?) 하면서 긴장했다.

권희로 (權禧老) 씨의 가석방이 결정된 후 일본 조직폭력단 (야쿠자) 의 보복 협박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밀착감시를 벌였던 경찰은 일단 이들이 權씨를 해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야쿠자의 뿌리깊은 보복관행 때문에 경찰은 아직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權씨가 사건 당시 살해한 2명의 야쿠자는 이나가와구미 (稻川組) 의 행동대원. 이나가와 가쿠지 (稻川角二)가 만든 이 조직은 당시엔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사건 이후 조직이 급신장했고 명칭도 이나가와카이 (會) 로 바꿨다.

총본부는 도쿄 록본기 (六本木)에 있으며 전국에 22개 지부를 거느리고 있다.

현 총책은 이나가와 가쿠지의 아들인 이나가와 지히로 (土肥郎) 로 3대째.

權씨의 가석방 과정에서 보복 협박문을 보낸 게 이나가와구미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한.일 양국 공안당국은 이 조직이 도쿄에 본부를 둔데다 막강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쿠자는 요즘 전체적으로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현재 이나가와카이보다 조직이 큰 야쿠자는 야마구치구미와 스미요시카이 (住吉會) .야마구치구미는 고베 (神戶).오사카 (大阪) 를 거점으로 1만8천3백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일본 최대. 스미요시카이는 조직원 6천7백명으로 두번째며 도쿄를 비롯한 간토 (關東) 지방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

야마구치구미는 최근 조직원 5백40명의 꼬마조직인 고쿠스이카이 (國粹會) 와 도쿄 도심에서 권총을 쏴대는 싸움을 벌여 관심을 모았다.

야마구치구미는 첨병격인 호리마사연합 (요코하마시) 을 앞세워 신주쿠의 불법 성인비디오 유통망을 손에 넣는 등 끊임없이 도쿄 진출을 도모하다 고쿠스카이와 충돌했다.

경찰이 수도권 사무실 5곳에 대한 사용 금지처분을 내리면서 유혈충돌은 일단 잠잠해졌다.

그러나 일본 경찰은 아직도 야마구치구미와 수도권 폭력단연합의 대충돌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고쿠스이카이가 야마구치구미에 총질을 해댄 배경에는 수도권 다른 야쿠자들의 '지원' 이 있었던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유력 야쿠자 친목.연락단체인 '간토 20일 모임' 은 올해 초 야마구치구미와 싸움이 벌어지면 공동 대처키로 합의했다고 전해진다.

야마구치구미의 위세도 예전만 못하다.

97년 조직내 2인자 다쿠미 마사루 (宅見勝)가 피살된 뒤 후임자를 앉히지 못할 정도로 구심력을 잃고 있다.

일본 경찰이 98년 백서에서 지정한 야쿠자는 모두 24개 집단. 93년 폭력단대책법이 나온 후 야쿠자는 폭력보다는 유령회사를 내세우면서 돈세탁을 비롯해 외형상으론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돈을 벌어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