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독주 어림없다' 佛비벤디사 메시에 사장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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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67)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프랑스 재계 4위 그룹인 비벤디사의 장마리 메시에 (42) 사장이다.

메시에는 최근 머독 소유의 영국 위성방송 BskyB의 지분 24.5%를 인수, 일약 제2의 대주주로 떠올랐다.

머독은 여전히 49%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메시에측에서 BskyB에 이사진을 파견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일단 회사 경영을 자신의 뜻대로 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1월에도 머독은 비벤디의 계열사인 유럽 최대 위성방송 '카날플러스' 와의 합병을 제안했지만 메시에가 경영권를 요구하는 바람에 물러선 적이 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 등 언론들은 "머독의 세계언론시장 장악에 제동이 걸렸다" 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잡지 포천 최신호 (9월 6일자) 도 "메시에가 머독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방송.통신 등 미디어업계 정복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두 사람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 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 재무부 공무원 출신인 메시에의 경영스타일은 공격적인 인수.합병 (M&A) 과 기술력 확보. 지난 96년 비벤디의 경영을 맡은 뒤 3년 동안 1천억프랑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에너지.건설.부동산 등에 문어발식으로 걸쳐 있던 사업구조를 통신.방송과 수질관리 등으로 집중시키는 등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1천3백만명의 유료시청자를 갖고 있는 카날플러스, 미국 PC게임 제조업체 '센단트소프트웨어' 를 인수하는 등 경쟁력있는 미디어 관련 업체라면 유럽.미국 등을 가리지 않고 인수한다는 점에서 머독을 빼닮았다.

비벤디는 또 차세대 디지털기술인 '웹박스'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웹박스는 TV.전자레인지.휴대폰에 인터넷 기능을 접합시켜, TV를 통해 호텔을 예약하고 주식도 사고팔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요즘 머독보다 메시에가 더욱 인기있는 제휴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손정의씨의 소프트방크 등 유럽 진출을 모색하는 미디어.통신업체들은 비벤디와의 제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머독의 미디어업계 확장 역시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40대 초반인 메시에의 저돌적인 경영스타일과 60대 후반인 머독의 노회함이 맞부닥치고 있는 미디어시장에서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예상된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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