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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도 복싱처럼” 벤처 성공 일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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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충남 아산시 음봉면 산동리 에버테크노㈜. 휴대전화·반도체·LCD 검사용 장비를 만드는 벤처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1452억원, 영업이익 106억원을 기록했다. 본관 건물 3층에 있는 헬스클럽(120㎡)에는 샌드백이 걸려 있다. 직원 270명 가운데 샌드백을 이용하는 사람은 정백운(53) 대표가 유일하다. 7일 오후에도 정 대표는 짬을 내 샌드백을 치며 체력을 다졌다.

정 대표가 복싱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교 1학년 때인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남 대덕군(지금의 대전시 대덕구) 출신인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빨리 취직하기 위해 충남기계공고에 입학했다. 신탄진역에서 기차를 타고 대전역에서 내린 뒤 한 시간을 걸어 문화동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키 1m61㎝의 왜소한 체격인 그는 "남자라면 자신의 몸을 방어할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입학 직후 대전역 근처의 체육관을 찾아 복싱을 시작했다. 고교 2년 때 충남복싱선수권대회에 주니어 밴텀급(51㎏)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3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는 취직과 직장생활을 준비하느라 글러브를 벗어놓아야 했다.

졸업한 뒤에는 금성(LG)정보통신에 입사해 생산기술 설계담당으로 일했고, 삼성전자로 옮겨서는 생산기술센터 부장과 미래산업 반도체 장비 개발팀장 등으로 근무했다.

그는 2000년 3월 단돈 5000만원을 들고 삼성전자 재직시절의 동료 2명과 힘을 합쳐 충남테크노파크에서 창업, 휴대전화 조립라인의 검사 자동화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98년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와 충남도가 공동으로 설립한 테크노파크는 변변한 건물조차 없었다. 테크노파크가 제공한 공간은 축사로 쓰던 180㎡가 전부였다. 여름엔 뱀과 개구리가 들락거렸다. 주변엔 가로등조차 없어 여직원이 근무를 기피하기도 했다. 테크노파크에서 1억2000만원을 지원받았으나 자본금 부족으로 고전했다. 정 대표는 “창업 초기에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으나 복싱할 때 배운 근성으로 버티며 사업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25년간 현장에서 익힌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는 기존 장비보다 검사 속도가 세 배 빠른 장비를 만들어 삼성전자 등에 납품했다. 정 대표는 “업계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폐축사에서 밤을 새워 일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세 곳이나 다녔다. 오산공업전문대에서는 기계설계를, 방송통신대에선 응용통계를 전공했다. 성균관대 산업공학과에서는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그는 “2013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이야기는 충남테크노파크에 둥지를 튼 다른 기업인 6명의 성공 스토리와 합쳐져 『일곱 사장 이야기』(작은 사진)로 출간된다. 출판기념회는 1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충남테크노파크 김학민 대표는 “주인공들은 살아온 내력도, 각자가 바라보는 지향점도 다르지만 열정을 갖고 스스로의 삶을 기획해 왔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말했다.

아산=김방현 기자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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