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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밀레니엄 작가] 15. 칠레 루이스 세풀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소설.희곡.라디오 스토리.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칠레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 (50) .

그는 젊은 시절 반정부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오랜 망명생활을 하며 페루.에콰도르. 콜롬비아 등에서 연극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국제기구 유네스코에서 일했는가 하면 신문기자로도 명성을 떨쳤던 세풀베다는 지금도 작품활동과 아울러 환경이나 소수민족보호운동 등에 적극 참여하는 '행동하는 지성' 이다.

69년 '카사 데 레스 아메리카스 단편소설상' 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희곡 '살찐자와 마른자의 삶, 정열 그리고 죽음' 으로 세계 연극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젊은 나이에 남미에서 촉망받는 작가로 두각을 나타낸 그가 국제적 명성을 얻은 것은 90년대초. 그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89년) 이 미국과 유럽에서 번역되면서부터다.

아마존 밀림의 한 촌락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이 세상의 근원적이고 신성한 영역에 대한 작가의 뜨거운 사랑을 보여준다.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인 주인공 안토니오 호세가 사는 마을 엘 이딜리오는 치과의사가 일년에 한두 번 방문하는 외딴 곳. 하지만 이 곳에 금을 찾아 온 외지인들이 자연을 황폐화시키며 원주민의 생활에 개입한다.

자연과 인간의 대립 구도를 설정하고 얘기를 진전시키는 작가는 원주민의 생활이나 자연에 대한 미화 없이 자연과 문명이 맞닥뜨려진 상태의 갈등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연애소설…' 과 같은 해에 쓰인 '세상 끝으로의 항해' 도 세풀베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작품. 89년 스페인 '후안차바스 소설상' 을 수상했다.

어린 시절 푸른 남극해를 여행하던 작가의 아련한 기억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불법 고래잡이를 하는 일본 포경선과 맞서 외롭게 투쟁하는 한 늙은 뱃사람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낸 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은 살인.섹스 같은 소재들이 난무하는 최근 소설들과 달리 남극해의 푸른 공기를 한껏 느끼게 하는 수채화 같다.

이후 작가는 '갈매기와 나는 방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이야기' (96년) 와 '감상적인 킬러의 일기' (96년)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80년 이후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활동하던 세풀베다는 97년부터 스페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예하) 과 '세상끝으로의 항해' (시아)가 번역돼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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