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로씨 한글공부 중앙일보 보며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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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다음달 7일 귀국하는 일본 최장기 무기수 김희로 (金禧老.71) 씨는 수감생활 중 한글과 민족사를 공부하며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그는 한글을 공부하고 조국의 소식을 접하는 수단으로 '중앙일보' 와 '여성중앙' 을 애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75년부터 金씨와 5백여통의 편지를 주고 받아온 한국후원회장 이재현 (李在鉉.52) 씨의 증언과 金씨가 李씨에게 보내온 편지를 통해 확인됐다.

李씨는 30일 "당시 사나흘 간격으로 중앙일보의 주요 국내 기사를 오려 편지와 함께 보냈다.

金씨는 감사의 뜻과 신문기사를 보며 한글 공부를 한다고 전해왔었다" 고 밝혔다.

金씨는 당시 편지에서 "밤마다 한국말을 익히기 위해 공부했던 것은 한글 공부를 안하면 살아가는 길을 잃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앙일보는 金씨가 귀국하는 대로 '중앙일보 평생독자권' 을 전달, 그가 중앙일보 기사를 통해 한국에 정착하고 세상 물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金씨가 조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웠던 또 다른 기회는 여성중앙과 만남을 통해 이뤄졌다.

모국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찾던 李씨는 75년부터 2년여 동안 매월 여성중앙을 꼬박꼬박 金씨에게 보내줬다.

"보내주신 여성중앙은 고맙게 받았습니다. 이 잡지를 통해 조국의 모습을 잘 알 수 있고 좋은 공부가 됩니다. " (75년 7월 2일 편지에서) 金씨는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중앙일보에 직접 자필 편지를 보내왔다.

68년 2월 일본인 폭력배 두 명을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인 뒤 체포돼 재판을 받던 10월 22일 자신의 심경을 밝힌 것과 74년 2월 21일 당시 옥중결혼한 金모 (당시 36세) 씨의 일본 재입국을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한편 일본에서 태어난 金씨는 그동안 후견인 박삼중 스님과 나누는 대화 대부분을 한국말로 해왔다.

그는 형무소장의 허락을 얻어 일을 마친 뒤 두 시간 정도 강찬선 (姜贊宣.작고) 씨의 '표준한국어' 와 박찬숙 (朴贊淑) 씨의 '한국어회화' 테이프를 이용해 공부했다.

테이프는 어머니 박득숙 (朴得淑.작고) 씨가 사 준 것이고 카세트는 형무소장으로부터 빌린 것이었다.

김성탁 기자, 부산 =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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