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박사 탄생 1백주년 학술대회 주제발표 조광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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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근까지 이뤄진 장면 (張勉) 박사에 대한 연구의 대부분은 제2공화국이 5.16 쿠데타를 통해 좌절됐다는 사실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정권이 몰락한 이유가 군사정권에 의해 사실 이상으로 과장돼 왔죠. "

제2공화국을 9개월 동안 이끈 운석 (雲石) 장면 박사의 탄생 1백주년 (8월 28일) 을 맞아 27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에서 열린 기념학술대회에서 조광 (趙珖.54) 고려대 교수는 이같이 주장했다.

운석연구회장이기도 한 趙교수는 " '張박사는 우유부단했고 제2공화국은 무능했다' 는 지금까지의 도식적인 평가는 과정은 보지 않고 결과만 보고 내린 평가" 라고 반박했다.

張박사는 60년 4.19혁명 후 내각책임제하에서 정권을 잡았지만 5.16쿠데타로 9개월만에 '강제은퇴' 당한 후 66년 지병인 간암으로 숨진 '비운의 정치인' . 趙교수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제일주의를 주창한 張박사는 '국토건설계획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을 추진하는 등 경제부흥을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면서 "이들 계획은 장면 정권 몰락후 군사정권에 의해 '표지만 바뀐 채' 그대로 계승, 시행됐다" 고 지적했다.

때문에 '무능한 정권' 의 경제구상을 '유능한 군사정권' 이 그대로 계승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趙교수의 주장이다.

"장면 박사는 내각제를 통해 정당주의를 실현하려고 애썼으며 4.19 이후 혼란 중에도 지방자치제의 시행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 노력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들의 대부분을 당시에 실현하려 했던 것이지요. "

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한국 민주주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우리 정치사에서 '민주주의' 에 가장 근접한 제2공화국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趙교수는 "이날 대회가 성황을 이룬 것을 보니 단순한 정치인보다 '모범적 인격자' 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표출된 것 같다" 고 평가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강영훈 세종연구소 이사장, 張박사의 장남 장진 (張震.전 서강대 부총장).3남 장익 (張益.가톨릭 춘천교구장) 씨 등 4백여명이 참석했다.

글 = 김창규 기자, 사진 =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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