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래식 무기 개발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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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냉전이 끝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미 국방부가 여전히 냉전시대의 재래식 전쟁을 전제로 한 무기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여론의 비난을 사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의회를 주도하는 공화당은 앞으로 5년간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의 유일한 군사대국으로서 각종 국지적인 분쟁해결과 평화유지, 세계적인 반테러리스트 작전을 수행하자면 군 전력 향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미 국방부가 구상하는 전력 강화라는 것이 과거 냉전시대의 전략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재래식 무기의 증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육군이 추진 중인 신형 자주포 개발계획. 기존 팰러딘 곡사포를 대체할 이 신형 1백55㎜ 자주포는 신속한 기동력과 자동 포탄장착기능, 장기간 무보급 작전수행능력 등 막강한 성능을 자랑한다.

그러나 한대에 1천7백만달러 (약 2백4억원) 씩 하는 이 신형 자주포는 대규모 지상전에나 필요한 무기일 뿐 미군이 새로운 전략개념으로 표방하는 신속대응군에는 거추장스런 쇳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군이 35억달러를 들여 개발 중인 9종의 신형 대전차무기도 마찬가지다.

공군이 스텔스기의 기능을 개량한다며 추진해 온 F - 22전폭기 개발계획은 의회의 반대에 부닥쳐 예산지출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 보유 중인 기종만으로도 세계 최강인데 몇가지 기능을 추가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워싱턴 = 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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