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거짓말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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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구약성서의 출애굽기 20장과 신명기 (申命記) 5장에 거의 같은 형태로 나오는 십계명 (十誡命) 은 여호와가 시나이산에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려준 10개 항목의 계율이다.

이 십계명은 기독교에 있어서 종교와 윤리의 근본원리를 가장 간결하게 나타낸 것으로 평가돼 오고 있다.

'나외에는 다른 신을 네게 두지 말라' 로 시작되는 십계명을 전하고 나서 출애굽기 20장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뭇 백성이 우레와 번개와 나팔소리와 산의 연기를 본지라 그들이 떨며 멀리 서서 모세에게 이르되 당신이 우리에게 말씀하소서, 우리가 들으리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지 말게 하소서, 우리가 죽을까 하나이다.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두려워 말라, 하나님이 강림하심은 너희를 시험하고 너희로 외경하여 범죄치 않게 하심이니라. "

하나님을 두려워하여 십계명을 지키면 모든 악과 범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십계명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키면서 살아가려고 애쓰는 것이 오히려 대견해 보일 정도다.

한데 흥미로운 것은 십계명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일수록 '하늘' 과 '하나님' 을 자주 들먹인다는 점이다.

'하늘에 맹세코'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따위의 전제 (前提)가 그렇다.

지난 사흘간 국회에서 벌어진 세칭 '옷 로비' 청문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인공들은 모두 '독실한 신자' 임을 자처하면서, 똑같은 사안 (事案) 을 놓고 하는 말들이 서로 달라 어느 한쪽은 거짓말이 분명한데도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성경에 손을 얹고' 증언하건대 자기가 옳다고 강변한다.

하나님을 내세우면서 거짓이 난무하니 하나님이 내려다본다면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이들은 아주 분명하게 십계명의 두가지 계율을 어기고 있다.

우선 세번째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 는 계율, 그리고 아홉번째 '네 이웃을 모해하려고 거짓 증거 (僞證) 하지 말라' 는 계율이다.

이들이 독실한 신자임이 분명하다면 십계명 정도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고 위증을 밥먹듯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거짓말을 해도 하나님은 자기 편일 것이라고 믿는다면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욕되게 하고 기독교를 조롱하고 모든 신도를 분노케 하는 행위일 따름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지 말든지, 교회를 떠나든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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