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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계에도 ‘민주당 인맥’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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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 브레인’이 민주당 인맥으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행정쇄신회의’의 민간인 위원에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77) 교세라 명예회장과 모기 유자부로(茂木友三郞·74) 깃코만 회장을 기용했다고 지지(時事)통신이 7일 보도했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정권교체를 주장해온 경제인들로 민주당 정권의 3대 권력기관의 하나인 행정쇄신회의에서 정부의 예산 낭비 구조를 개혁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핵심 권력기관의 실세 구성원으로 발탁된 이들은 민주당과 오래전부터 두터운 인연을 쌓아온 재계 거물이다. 평소 ‘관치 경제’를 비판하고 관료의 입김이 셌던 일본의 경제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론을 폈기 때문에 관료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통신기기 회사인 교세라와 KDDI의 창업자인 이나모리는 민주당의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존경하는 경제인’이라고 말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모기 회장은 간장을 세계적인 소스로 발전시킨 일본 식품업계의 대부로 오자와의 선거 운동을 직접 돕기도 해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행정쇄신회의에는 최대 노동단체인 렌고(連合)의 구사노 다다요시 전 사무국장과 지방자치단체장 경험자인 가타야마 요시히로 게이오대 교수 등 ‘반 자민당 인사’들도 포함됐다.

하토야마는 지난달 17일 취임 이후 첫 공식업무로 다카키 쓰요시(高木剛) 렌고 회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정책 협력과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반면 총리와 재계의 만남은 정권 출범 20일 만에 이뤄졌다. 하토야마는 6일 관저에서 게이단렌(經團連) 회장단의 예방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회동은 10일 중국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문한 중국 재계 관계자의 예방 덕분이었다.

일본 재계는 불안감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자민당 정권과 54년간 ‘2인3각’으로 일본 경제를 주도해왔던 재계의 주류들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단렌은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孵뵨夫) 회장이 물러나고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현 집행부로는 민주당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차기 회장으로는 나카무라 구니오(70) 파나소닉 회장과 니시다 아쓰토시(65) 도시바 회장이 거론된다.

일본 정부는 또 별도의 중추기관인 국가전략실에 민간인 신분인 일본은행 직원을 구성원으로 발탁하기로 해 탈자민당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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