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교제도 … 제자 성추행도 … 선생님 징계는‘정직’몇 달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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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 지난해 5월 새벽 인천 연수동의 한 오피스텔. 교직 경력 20년이 넘는 서울 G중학교 홍모 교사는 중3 여학생과 성관계를 했다. 여학생에게 미리 현금 20만원을 주고 계획적인 ‘원조교제’를 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홍 교사의 성매매 사실을 확인하고도 정직 3개월의 징계만 내렸다. 인천지방검찰청도 그가 ‘성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했다. 홍 교사는 현재 건강상 이유로 휴직 중이다.

#2. 2007년 3월. 전북 군산의 S중학교 도덕교사인 이모씨는 수업시간에 문제가 틀렸다며 여학생 3명을 성추행했다. 이 교사는 4월까지 두 달 동안 여학생 3명의 가슴을 63번이나 만졌다. 전북교육청 역시 이 교사에게 ‘정직 1개월’을 처분했다. 그나마 방학기간이었다. 이 교사는 현재 도덕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들의 성범죄에 대한 교육당국의 처벌이 솜방망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7일 발표한 ‘2007∼2009년 교원징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성폭행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교원은 모두 32명이었다. 성적조작(16명), 횡령(11명)보다도 많았다. 하지만 12명은 감봉·견책 등 경징계에 그쳤다. 정직도 8건이었다. 교직을 박탈당하는 파면·해임 처분은 12건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전남 7건, 경기 6건, 서울 5건 순이었다. 특히 경기도는 6건 모두 경징계에 그쳤다. 기간제 교사를 모텔에서 성추행한 인천시 G중 교사도 ‘견책’ 처분에 그쳤다.

◆봐주기 처벌 문제=교원의 성범죄·비위에 대한 징계는 ‘교육공무원법 징계령’에 따라 해당 교육청에서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처벌하도록 돼있다. 각 교육청이 시·도조례로 정한 ‘양정기준’에 따라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9명이 정원인 시·도교육청 징계위는 대부분 남성 교육청 공무원으로 외부인사는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남성 입장에서 징계수위를 낮게 정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올 6월 ‘미성년자 성폭력’ 등 금고 이상 처벌을 받는 교원은 교단에서 퇴출하는 ‘교육공무원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계류 중이다.

박 의원은 “성범죄 교사들에게 계속 교편을 잡게 한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며 “문제 교사를 일벌백계하고 신체검진은 물론 정신건강 검진도 실시해 반드시 교단에서 퇴출시키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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