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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로비 청문회] 배정숙씨 '억울하다' 눈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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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3일 국회의 옷 로비 의혹 사건 진상조사 청문회를 TV를 통해 지켜보던 대다수 시청자들은 "과연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나" 라며 어리둥절해했다.

핵심 증인으로 나온 강인덕 (康仁德) 전 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 (裵貞淑) 씨는 "나는 옷 로비 사건의 주역이 아니며 실제 가담하지 않았다" 고 기존의 검찰수사 내용을 완전히 뒤집었다.

폐 수술로 병색이 역력한 裵씨는 이날 로비 여부를 추궁하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시종일관 또렷한 말투로 "억울하다" 며 무죄임을 적극 호소했다.

裵씨는 "이형자씨에게 2천4백만원의 옷값을 대납토록 요구한 것 아니냐" 는 의원들의 질문에 "맹세코, 그런 적 없다" "전혀 아니다" 고 몇 차례나 반복했다.

또 "延씨와 함께 옷 로비에 관여했느냐" 는 질문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한다. 그런 일이 없다" 며 강하게 부인했다.

裵씨는 "검찰이 나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짜맞추기 수사' 를 했다" 고 주장하면서 "연정희가 호피 무늬 반코트를 입어본 것은 12월 19일" 이라며 기존의 검찰수사 내용을 흔들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裵씨가 延씨 등이 라스포사에서 호피 무늬 반코트를 돌려가며 입어본 날짜를 지난해 12월 19일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조사결과 12월 26일로 확인됐다" 고 강조했다.

검찰조사 당시 裵씨는 코트를 입어본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반면 라스포사 정일순 (鄭日順) 사장은 장부를 근거로 해 그 날짜가 26일이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裵씨가 검찰 조사 후 병원으로 후송될 당시 모검사가 '배정숙이 십자가를 져야 한다' 고 세번 고함을 쳤고 자신의 딸도 그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진상조사 결과 병원 후송시 검사가 입회한 사실이 없었으며 담당 검사가 裵씨의 딸이 입회한 가운데 裵씨를 조사한 것은 입원 중이었을 때" 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는 몇가지 새 사실을 밝혀내긴 했으나 의원들의 준비 부족과 정보 부재로 결정적 증언은 받아내지 못해 언론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裵씨가 검찰 수사 내용 전반을 부인하면서 국민의 의혹만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학생 金모 (23) 씨는 "오늘 청문회만으로는 裵씨와 검찰 중 누구를 믿어야 할지 헷갈린다" 며 "국민에게 의혹만 남기는 청문회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고 말했다.

경실련 고계현 (高桂鉉) 시민입법국장은 "청문회를 보고서는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며 "확인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의원들이 좀더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기를 바란다" 고 밝혔다.

이규연.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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