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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볏짚등 이용 청정 자동차연료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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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일본 간사이 공항 근처 간사이 전력 화력발전소. 화력발전소라면 으레 쏟아져 나오는 시커먼 연기의 양이 유난히 적다. 굴뚝 중간에 달린 조그만 배관이 매연을 빼돌리기 때문이다.

배관을 타고 빠져나온 매연은 흡수탑으로 연결돼 이산화탄소.일산화탄소가 얼음으로 바뀐다. 고체화된 이산화탄소, 즉 드라이아이스가 되는 것이다.

일본 교토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공연구소 라이트 (RITE) .드라이아이스로부터 메탄올을 얻는 실험이 한창이다. 이 연구소는 이런 식으로 하루 5㎏의 메탄올을 생산한다.

일본 석유에너지연구소는 이 메탄올을 자동차 연료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메탄올 1리터당 4~5㎞를 갈 정도의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크라이슬러나 독일의 폭스바겐은 이미 메탄올 차를 개발한 상태. 크라이슬러는 6인승 닷지 스피릿트로 리터당 5㎞의 주행성적을 냈고, 폭스바겐도 5인승 제타로 5.5㎞기록을 세웠다.

굴뚝의 시커먼 연기 (이산화탄소.일산화탄소 등)가 훌륭한 자동차 연료로 변한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잡고, 또 이를 연료성분으로까지 활용하는 셈. 최근 한.중.일 3개국은 농업부산물.식품폐기물에서 청정연료를 얻는 국제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우리측 파트너는 한국화학연구소팀.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총합개발기구 (NEDO)가 주관하는 이 연구의 참가로 화학연구소는 앞으로 3년간 7천8백만엔 (약 7억8천만원) 을 일본정부로부터 받는다.

화학연구소 최명재박사는 "이산화탄소를 알코올이나 메탄올.가솔린 등으로 바꾸는 공정은 이미 개발한 만큼 연구는 성공적으로 끝날 것" 이라고 내다본다.

국제공동연구팀이 농업부산물의 청정연료화에 관심을 가지게된 것은 볏짚.왕겨.낙엽 등이 탄소의 보고이기 때문.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 식물을 잘게 잘라 가스화반응기에 넣어 돌리면 이산화탄소.수소 등의 혼합물이 생긴다.

여기서 일.이산화탄소를 걸러내 이를 바탕으로 화학반응을 계속하면 올레핀.메탄.디젤 등까지도 만들 수 있다.

식물체 (낙엽.왕겨) 를 마치 원유처럼 분해해 이용하는 것. 한국에너지연구소 김미선박사팀은 식품폐기물에서 수소를 얻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미 두부폐수를 이용, 하루 1리터 정도의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은 개발을 마친 상태. 두부나 막걸리 폐수는 그대로 하천에 배출되면 생물학적 산소요구량 (BOD) 을 2만~3만PPM정도로 높이는 악성 오염물질. 김박사팀은 그러나 이런 폐수를 즐겨 먹는 균을 이용해 수소를 얻고 있다.

"산소가 없거나 희박한 곳에서 잘자라는 균 중에는 수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있지요. 유전공학적으로 이를 개량하고 또 토양 등에서 원래 수소를 잘 만들어내는 것을 골라 실험하고 있습니다. " 김박사의 말이다.

수소는 차세대 연료전지 자동차의 에너지원을 비롯해 21세기 새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물질. 지난주 초 미국 포드자동차사는 북미지역 최초로 '수소 (水素) 주유소' 를 개설해 눈길을 끌었다. 포드.GM 등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연료전지 자동차는 5년 내에 상용화가 확정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

국내에서도 에너지기술연구소가 5년 후쯤 연료전지가 장착된 중형승용차 시험 모델을 내놓을 계획. 어른 한 사람을 태우고 보통 걸음 속도로 굴러갈 수 있는 연료전지는 이미 개발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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