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발효될 재외동포법, 시행도 하기전에 삐그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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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재외동포법)' 에 대해 경실련.참여연대 등 61개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동포 6명은 서경석 (徐京錫) 목사와 함께 지난 12일부터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재외동포법이란 = 재외동포들은 출입국과 부동산 거래를 비롯한 각종 경제활동에서 제약을 받아 왔다.

이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김대중 대통령은 대선과 지난 6월 방미 (訪美) 때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재외동포법을 입법예고했으며 법은 1년여만에 국회를 통과, 12월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한국 국적으로 외국 영주권을 갖고 있는 재외국민이나 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우리 동포가 거소신고증을 발급받을 경우 재입국 허가를 별도로 받지 않고 2년동안 자유롭게 입.출국할 수 있게 된다.

또 부동산 취득.보유, 예금가입, 외국환거래 등 경제활동에서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되며 90일 이상 국내에 체류하면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선거인명부 작성일 기준으로 90일 이상 국내에 체류할 경우 선거권을 주도록 한 조항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1백20일로 연장됐다가 최종안에서 삭제됐다.

◇ 무엇이 문제인가 = 법무부는 당초 재외동포의 범위에 '한민족 혈통으로 외국시민권을 가진 동포 (한국계 외국인)' 까지 포함시켰다.

그러나 중국 등이 "혈통주의를 내세워 우리 국민을 한국정부가 관리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며 외교 채널을 통해 공식 항의해 왔다.

이 때문에 재외동포를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했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 로 범위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동포 5백20여만명중 ▶정부수립 (1948년) 이전에 이주한 중국동포 2백만명 ▶옛 소련 동포 50만명 ▶일제때 징용 등으로 끌려간 무국적 재일동포 15만명 등 2백65만명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중국동포 등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징용되거나 이주를 강요당한 사람과 독립투사의 후손들이 혜택을 입지 못하게 된 것은 어불성설" 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중국동포 등을 포함시킬 경우 외국과 마찰 우려가 있는데다 동포들의 대거 입국으로 우리 노동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중국동포나 이들의 자녀가 우리 국적 취득을 원하면 이를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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