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세근의 홍콩전망대] 낯뜨거운 '칠석의 광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음력 7월 7일 칠석 (七夕) 은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오작교 (烏鵲橋) 위에서 만난다는 눈물겨운 '사랑의 명절' 이다.

홍콩 등에선 이날을 '칠석정인절 (七夕情人節)' 이라고도 부른다.

밸런타인 데이와는 격이 다르다.

따라서 '짧은 만남과 긴 이별' 을 안타까워하며 조용하고 소박하게 지내왔던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올해 중국의 칠석은 요란스럽다 못해 기가 찰 정도다.

우선 선물이 현란하기 그지없다.

대만 타이베이 (臺北) 와 중국 베이징 (北京) 의 백화점내 '정인 예물코너' 에는 황금색 장미. 향수.장식품.초콜릿.성감 (性感) 내의 등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타이베이에서는 '칠석격정열 (七夕激情熱)' 이라는 상표를 단 4알들이 비아그라 세트가 불티나게 팔린다.

칠석날 밤의 불장난을 위한 연료인 셈이다.

뿐만 아니다.

'벌레위험 조심 (小心蟲蟲危機)' 이라고 쓴 콘돔세트, 여성용 사후 피임약 등도 인기품목이다.

난잡함은 축하 케이크에서 절정을 이룬다.

타이베이시에는 남녀의 성기는 물론 성행위 자세를 묘사한 '정취 (情趣) 케이크' 까지 등장했다.

값은 일반 케이크의 3배 이상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소녀들이 남자친구들에게 사랑의 표시로 보여주기 위해 몸 은밀한 부위에 문신을 새기는 일도 적지 않다.

이같은 '칠석 광란' 은 결국 사고를 내고야 말았다.

칠석 하루전인 16일 대만 타이중 (臺中) 시내 한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서 '신혼편 (新婚編)' 을 주제로 판매되는 '헬로 키티' 인형을 사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던 손님들끼리 칼을 휘둘러 고등학생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매장에는 유혈이 낭자했지만 칠석선물에 눈이 먼 사람들은 이에 아랑곳 없이 인형을 사려고 아우성 쳤다고 한다.

밸런타인 데이다, 화이트 데이다 소란스럽더니 칠석을 둘러싸고 대만 등지에서 벌어지는 낯 뜨거운 일들이 아직 수입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