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안 열대야, 세풍 열폭풍으로 뜨거운 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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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15를 맞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정치개혁을 강조했지만 다방면에 걸친 여야 대치는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야의 공방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207회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한 데 이어 불발된 김종필 (金鍾泌) 총리 해임건의안을 다시 제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여권의 균열을 다시 한번 노려보겠다는 의도에서다.

해임안 재제출에 법적 문제점은 없으나 이같은 행태를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판단이 서지 않아 저울질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여권의 대응은 여전히 단호하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아예 임시국회 참석을 거부해 초동단계에서 무산시킬 방침이다.

대신 한나라당을 겨냥한 선전전을 펴기로 했다.

한나라당이 국회를 소집한 진짜 이유는 이른바 '세풍 (稅風)' 사건에 연루된 자당 (自黨)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널리 홍보하기로 한 것이다.

여야는 또 조폐공사 파업유도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격돌할 예정이다.

정권의 도덕성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어느쪽도 양보하기 어렵고, 과열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검제 협상 역시 쉽게 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의 감정싸움까지 겹쳐 있어 여야는 상호비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여야의 정쟁은 정기국회에까지 주름살을 드리울 전망이다.

여야 모두가 정기국회를 내년 총선의 전초전쯤으로 여기고 있어 여야의 주도권 싸움은 좀처럼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

['파업유도' 국정조사]

19일 시작되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국정조사를 앞두고 여야가 전략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진실규명도 규명이지만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한 묘안을 짜내기에 열심이다.

◇ 국민회의.자민련 = 환란 (換亂) 청문회 때와 달리 별도의 태스크포스팀을 두지 않았다.

중앙당 지원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전략은 수비형이다.

진형구 (秦炯九) 전 대검 공안부장의 단독범이란 검찰수사 결과를 거듭 확인시키겠다며 '진화 (鎭火)' 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秦전부장의 '1인극' 이란 결론에 대해 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때문에 정책결정 과정을 집중 부각할 방침이다.

옥천조폐창을 경산창으로 통폐합한 경위나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해를 끌어내면 의혹도 해소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만 여권의 조직적 공작으로 몰아붙이는 야당의 정치공세엔 단호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 한나라당 = "청와대와 공안대책협의회 등 상부기관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조직적 공작" 임을 입증하겠다고 벼르는 모습이다.

파업유도가 장기신용은행.만도기계.지하철노조 등에서도 시도됐다고 믿고 있다.

이를 입증하면 '전모' 가 드러난다는 판단아래 핵심증인 3명을 추궁할 생각이다.

秦전부장과 이기호 (李起浩) 당시 노동부장관.김태정 (金泰政) 당시 검찰총장이 그들이다.

7명의 특위위원들을 검찰.재경.언론.노동 등 전문분야별로 세분화해 대책회의를 가졌다.

중앙당은 10명의 전문위원을 지원했고 국회 총무실에 상황실을 마련해줬다.

한나라당은 秦전부장과 강희복 (姜熙復) 전 조폐공사사장 등의 양심선언을 유도하는 한편 노조.시민단체 등의 제보에도 기대를 걸고 다각도로 접촉 중이다.

이정민 기자

[특검제 도입협상]

타결 문턱까지 갔다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특별 검사제 협상의 전망은 유동적이다.

겉으로 볼 때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고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도입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은 탓이다.

◇ 여야협상 = 법안 자체에 대한 이견은 많이 좁혀졌다.

쟁점이 됐던 옷로비 사건 범위에 대해선 '최순영 신동아 회장에 관한 전 검찰총장 부인 관련 옷로비 의혹사건' 으로 정리됐다.

당초 '최순영 신동아 회장 관련 옷 로비사건' 으로 확대해 정권 핵심인사들 관련설까지 모두 파헤치자던 야당안과 '전 검찰총장 부인 관련 옷로비 사건' 으로 한정하자던 여당안이 절충된 결과다.

임명절차와 관련해선 대한변협이 단수 추천한 후보를 대통령이 지명하되 한

차례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하게 하자는 한나라당안을 여당이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별검사의 수사기간에 대해 3개월은 확보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과 최대 2개월을 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여당쪽 주장이 맞서 있는 정도가 남은 쟁점이다.

◇ 타결전망 =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제 전망을 낙관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특검제가 한나라당의 총리 해임건의안 재제출 등 정국상황과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에 대한 총무간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한나라당이 새 조건을 들고 나오고, 여당이 농업협동조합 법안 통과와 특검제를 연계시키는 바람에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던 지난 임시국회 협상과정은 좋은 선례다.

더군다나 여당은 한나라당이 단독 소집한 207회 임시국회의 불참을 예고하고 있다.

자칫 특검제 논의의 장 (場) 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 소집사유를 특검제 때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럴 경우 특검제 협상은 정기국회로 넘어갈수밖에 없고, 모든 상황이 다시 유동적이 된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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