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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 왜 인류 조상이 아닌가?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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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장비를 이용해 복원 시킨 네안데르탈인의 한 소녀의 모습. 현생인류와 흡사하다.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인류의 조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더구나 언어도 갖고 있었고 관습도 비슷하다면 말이다. 인류의 사촌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조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바로 유럽의 네안데르탈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류의 조상이냐, 아니냐를 놓고 격렬한 논쟁

인류의 조상이냐, 아니냐를 놓고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던 네안데르탈인은 10만~4만년 전쯤 유럽 대부분과 지중해 연안지역에 퍼져 살았다. 심지어 중동, 북아프리카, 아시아에서도 화석이 발견될 정도로 광범위했다.

그러나 과학은 인류의 조상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왜냐, 족보(族譜)를 캐보니까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러면 그 족보를 어떻게 캤을까? 바로 현대과학의 총아로 불리는 DNA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다.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현생인류의 어머니로 일컫는 루시(Lucy)는 인류의 조상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왜냐하면 족보상 인류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 루시보다 무려 100만년이 더 앞선 아르디(Ardi) 모습이 공개돼 인류의 진화 역사가 다시 쓰일 지경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서 현생인류의 어머니는 루시에서 아르디로 바뀌게 된 것이다. 아르디에 대한 약간의 설명을 하고 넘어가자.

과학자들은 최근 300∼360만년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일명 루시)보다 약 100앞서는 것으로 추정되는 44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인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pitecus ramidus, 아르디)’ 모습을 공개했다.

아르디의 뼈 조각이 1992년 처음 발견된 이후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온 과학자들이 지난 1일 저널 사이언스에 그 동안 발견된 뼈 조각들을 재구성해서 아르디의 전체적인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최근 공개된 아르디는 현생인류의 어머니”

새로운 인류의 조상으로 떠오른 아르디의 모습. 지금까지 발견된 최초의 현생인류의 어머니다. 인류의 새로운 진화역사의 장이 열렸다.

과학자들은 “600~700만년 전 공동의 조상에서 침팬지와 인류가 서로 다르게 진화하기 시작했다”며 “아르디보다 200만년 정도 앞선 인류의 조상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결과로 “다윈의 진화론이 옳았다”는 주장도 함께했다.

1992년 에티오피아 아와시강 지역에서 발굴된 머리뼈와 치아, 아래턱 등의 단편적인 뼛조각을 갖고 그 동안 47명의 과학자가 복원 작업을 벌여온 결과 드러난 아르디의 모습은 이미 침팬지와는 크게 달라 진화 초기 인류 조상의 모습이 현재의 침팬지와 같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복원된 아르디는 성인 여성으로, 1.2m 정도의 키에 몸무게는 54kg 정도다. 루시 보다는 30cm 가량 키가 크고 몸무게는 배 정도 더 나가는 모습이다.

또 팔은 길고 다리는 짧아 나무를 오르는데 유용한 구조이지만 두발로 직립 보행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손은 멸종된 원숭이와 비슷하지만 강한 엄지와 유연한 손가락은 물건을 세게 쥘 수 있는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아르디의 뇌도 분석했다. 현재의 침팬지와 비슷한 크기다. 치아의 구조는 식물과 견과류는 물론 작은 동물도 먹는 잡식성이었다는 것을 나타내 주로 과일을 먹는 침팬지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700만년 전 같은 조상에서 인류와 침팬지로 갈라져”

이 연구를 주도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팀 화이트(Tim White) 교수는 “70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이 침팬지와의 공동의 조상에서 갈라진 이후 초기에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관해 불확실했던 많은 점을 해소해 준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

한편 아르디를 재구성하는 작업은 발견된 많은 뼛조각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두개골만 해도 많은 조각을 수많은 컴퓨터 스캔과 1천 시간의 컴퓨터 작업을 통해 디지털로 재구성했고 골반 뼈를 복원하는 데만 6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르디 유골에서 나온 DNA 유전자 배열을 통해 인류의 조상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런데 아르디의 생김새를 보면 네안데르탈인보다 오히려 침팬지에 가깝고, 오히려 네안데르탈인이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다. 오히려 정감(情感)이 더 간다. 그러나 아르디는 인간의 조상이지만 네안데르탈인은 그렇지 못하다.

과거는 풍상을 거듭하는 세월에 묻혀 깨끗이 지워질 수 있다. 그러나 DNA는 남는다. 그 DNA가 바로 고대 미스터리를 밝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