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집이 곧 검진실…24시간 건강 자동 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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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미국 MIT 연구팀이 개발한 반지형 건강체크기. 혈압.체온 등의 정보는 무선인터넷으로 병원으로 전송된다.

혼자 사는 노인이 거실에서 쓰러져 뼈가 부러졌거나, 체온이 급격하게 오르내린다고 치자. 또는 만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심장 박동이 아주 불규칙하게 뛴다고 해보자.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큰 변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 의대 의공학교실 박광석 교수는 연구실로 사용하고 있는 한 아파트에서 이런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는 24시간 건강상태 점검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아파트 구석구석에는 사람의 건강 정보를 잴 수 있는 기기들이 설치돼 있다. 침대에는 침대보처럼 펼 수 있는 심전도.호흡 측정기가, 좌변기에는 체온계와 몸무게용 저울이, 욕조.소파 등받이에는 심전도 측정기가 달려 있다. 거실에는 음파측정기와 카메라, 안방에는 이산화탄소 측정기 등 다양한 기기들이 붙어 있다. 이 아파트 안에서는 평상시처럼 일상 생활을 하는 중에 자신도 모르게 건강 정보가 측정된다. 그 정보들은 측정되는 즉시 서울대 병원으로 전송된다.

노인이 쓰러질 때 '으악'하는 비명을 질렀다면 음파 측정기가 이를 감지해 즉각 비정상 상황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카메라에서 찍은 영상을 병원으로 전송한다. 그러면 응급실이나 주치의는 구급차를 보내거나 직접 달려 갈 수 있다. 심전도의 경우 지금은 병원에 가서 심장 부위에 전극을 붙여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아파트에서는 침대에 누워 자거나 좌변기에 앉아 있기만 해도 곧바로 심전도가 재진다. 심전도는 심장의 활동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다. 또 호흡의 주기를 분석해 코를 많이 고는 사람들한테서 나타나는 무호흡이 언제 얼마만큼 길게 나타나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이산화탄소 측정기는 방이나 거실 등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몇사람이나 있는지 등을 알아낼 수 있다. 한 사람이 호흡 때 내놓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비교적 일정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침대의 미세한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감지기를 부착해 잠을 잘 자는지, 어느 시간에 잘 깨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박 교수는 "노약자와 만성질환자는 응급 상황 발생시 병원으로 이송되는 시간이 늦거나 심각한 상황을 미처 환자 자신이 깨닫지 못해 변을 당하는 일이 많다"며 "24시간 건강체크 시스템은 그런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 외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24시간 건강체크 시스템 개발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MIT 연구팀이 개발한 반지형 건강 측정기, 미국의 비보메트릭스㈜의 '라이프셔츠' 등이다.

반지형 건강 측정기는 보통 반지보다는 크지만 손가락에 낄 수 있다.혈압.맥박.체온 등 다양한 건강 정보를 잴 수 있다. 건강 정보는 무선 인터넷을 타고 병원으로 전송된다. 피부에 닿지 않고 건강 정보를 체크하는 시스템은 정확한 혈압측정이 어려운 반면 반지형은 비교적 쉽게 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라이프셔츠는 이미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셔츠 무게는 260g이며 부속 장치까지 합하면 730g 정도의 무게다. 이를 입고 다니면 심전도며 체온.혈압 등 다양한 건강 정보를 종일 잴 수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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