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해임안 처리 본회의장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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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종필 (金鍾泌) 총리 해임건의안 등 민감한 정치 현안을 묶어 처리하려 했던 13일 제206회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장은 뒤죽박죽이었다.

여야 총무들의 감정싸움 와중에 '막후 거래설' 까지 돌출하는 등 여야는 '막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JP 해임안은 14일 새벽까지 본회의 차수 (次數) 를 연장하면서 여야가 토론을 벌이다, 결국 여당의 표결 불참으로 폐기됐다.

특별검사제 법안은 자정까지의 숨막히는 절충이 실패해 무산됐다.

◇ JP 해임건의안 공방 = 한나라당은 미국에 가 있던 김용갑 (金容甲) 의원이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하는 등 대부분이 표결에 참여했다.

국민회의는 1백5명 전원이, 자민련은 JP와 외유 중인 김용환 (金龍煥).강창희 (姜昌熙) 의원 등을 제외한 47명이 각각 참석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자민련 정우택 (鄭宇澤) 의원은 "내각제를 반대하면서 내각제 개헌을 하지 않는다고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음모" 라고 비난했다.

이어 한나라당 박원홍 (朴源弘) 의원은 해임건의안 제안 설명에서 "내각제의 대국민 공약을 파기한 金총리가 총리직에 남아있는 것은 노욕 (老慾) 의 표본" 이라고 거칠게 말했다.

朴의원의 발언 도중 밤 12시가 지나자, 차수를 변경한 뒤 투표에 들어갔다.

14일 0시5분 박준규 (朴浚圭) 국회의장이 투표 시작을 선언했고, 의사국장이 의원들의 이름을 부르자 국민회의.자민련 의원들은 하나 둘 퇴장했다.

5분이 지나 朴의장이 "해임건의안은 의결 정족수가 재적 과반수 (1백50석) 인데 현재 미달되고 있으니 투표를 중단하고 총무들끼리 협의해달라" 고 요청했다.

한나라당 의원 (전체 재적과반수 미달) 들은 투표를 계속했지만 여당 의원들이 회의장으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투표가 의미가 없어져 해임건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이에 앞서 여야는 해임안 상정 순서를 놓고도 맞붙었다.

여야 합의가 안됐다는 이유로 해임안을 마지막 안건으로 미뤄놓은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이를 제지하던 여당 의원들과 충돌, 욕설과 고함이 터져나왔다.

한나라당 이신범 (李信範).권기술 (權琪述) 의원은 "떳떳하게 표결에 응해 부결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 "정권의 부도덕성과 독재성을 보여주는 것" 이라며 격렬히 항의. 그러자 의석에 앉아있던 여야 의원들은 "회의를 진행해" "시끄러워" "그만둬" 라며 맞고함, 장내가 소란해지자 朴의장이 정회를 선포, 30여분만에 회의가 중단됐다.

◇ 세풍 (稅風) 논란 = 이에 앞서 김정길 (金正吉) 법무장관이 "세풍을 조사하기 위해 한나라당 계좌추적을 했으며, 그 사건 이전 자금 거래는 조사하지 않았다" 고 답변한 뒤 본회의장을 떠났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보충질의를 하겠다며 격렬히 반발하는 바람에 정회소동이 있었다.

◇ 농협법 처리 = 농협과 축협을 통합하는 내용의 법안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참석해 의결정족수는 채워주되 찬성도 반대도 않고 기권하는 것으로 사실상 법안 처리에 협조하는 모양새가 됐다.

표결 결과 재석 2백72명에 찬성 1백47명, 반대 10명, 기권 1백15명. 반대한 의원은 나오연.권오을.김중위.박명환 의원 등 10명.

전영기.이정민.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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