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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영자 '은퇴 보너스' 점점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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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이스크림.승용차.아파트.비행기.의료보험 등…. 미국 기업들이 경영자들에게 "은퇴 후에 제공하겠다" 며 약속하는 각종 보상책들이다.

기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유능한 경영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현직에 있을 때는 물론 노후까지 보장한다는 '당근' 을 너도나도 내걸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혜택들이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지면서 은퇴 후의 '특권적 지위' 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경영자들도 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자에서 "최고경영자 (CEO) 들이 퇴임 후 받는 보상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은 물론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금전적 대가도 엄청난 수준" 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 미 경제잡지 포브스가 '99년 세계 최우수기업' 으로 선정한 제너럴 일렉트릭 (GE) 의 잭 웰치 (64) 회장이 대표적 케이스. 지난 96년 GE 이사회는 "웰치 회장은 은퇴후 평생동안 매년 30일씩 경영조언을 해주고 각종 행사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회사의 비행기.차.사무실.아파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웰치는 이같은 경영자문의 대가로 32만달러를 포함, 매년 6백만달러 (약 72억원) 의 연금을 회사로부터 받게 된다. 그의 지난해 연봉은 6천8백만달러.

항공부품업체인 얼라이드시그널의 로런스 보시디 (64) 회장도 내년 4월 퇴임할 예정인데 현재 받고 있는 처우에 전혀 손색없는 '특혜' 를 약속받았다.

얼라이드시그널측은 "회사는 보시디 회장이 회사의 차.사무실.비행기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보장하고, 자산관리 업무도 대행해줄 방침" 이라고 밝혔다.

최근 CEO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보상책은 평생의료보험. 현재 40~50대의 CEO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노후에 값비싼 의료비 부담으로 고생하는 것을 목격한 세대여서 회사측이 가족들을 위해 의료보험료를 대납해 주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기구 (氣球) 제조업체 레이번사는 지난 96년 데이비드 크리스텐센 (65) 사장의 가족을 위해 은퇴 후 평생 의료보험료를 내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벤&제리의 사장이었던 로버트 홀랜드 (59) 는 지난 96년 은퇴하면서 이 회사의 아이스크림 제품을 평생동안 무료로 먹을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오래 전에 퇴임해 별다른 노후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과거의 경영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나섰다.

지난 84년 금융그룹 시티코프 사장직에서 물러났던 왈터 리스턴은 "나에겐 차도, 비행기도, 식사도 제공되지 않는다" 며 "이는 불공평한 처사" 라고 투덜댔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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