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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용기 특혜 논란…영세도시락업체 헌법소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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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환경부가 지난 2월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1회용 합성수지 용기의 사용을 금지하면서 대기업의 컵라면.햇반 용기는 규제대상에서 제외시킨 채 영세 도시락업체들의 도시락 용기 (容器) 사용만 규제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도시락업체들은 "합성수지 용기 대체품인 종이.펄프몰드 (성형) 용기의 성능이 떨어져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데도 정부가 억지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 며 환경부장관 앞으로 '영세업체만 죽이는 탁상행정을 즉각 중지하라' 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고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 실태 = 환경부는 지난 2월 22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에 관한 법률 (이하 자원법)' 을 개정, 도시락업체의 합성수지 제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락업체들은 "종이.펄프 용기가 재질이 떨어져 위생관리가 제대로 안되는데다 가격도 30~40% 비싸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며 용기 대체를 거부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H도시락 과천점 주인 李모 (36.여) 씨는 "종이 용기는 밥알이 달라붙고 누글누글해져 손님들도 외면한다" 고 말했다.

또 합성수지 용기 제작업체는 50~60곳에 이르지만 종이용기 업체는 6곳, 펄프용기는 1곳에 불과해 이들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 형평성 논란 = 현행 '자원법' 에는 햇반.컵라면 용기는 문제의 도시락 용기와 같은 재질이면서도 포장재로 분류돼 1회용품 규제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장기간 유통되는 제품은 완전밀봉이 필요해 1회용품으로 분류하기가 어렵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그러나 도시락업체들은 "컵라면 용기의 연간 소모량은 1만8천여t으로 합성수지 도시락 용기 5천t의 3.6배에 이른다" 며 "1회용품을 줄이려면 컵라면.햇반부터 사용을 금지시켜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98년말 현재 국내 도시락용기 사용량은 2억여개로 이중 합성수지 용기시장 규모는 전체의 80%인 3백50억원대에 이른다.

도시락체인업체인 H사 김종식 (金宗軾) 전무는 "대기업은 봐주고 영세기업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며 "종이 도시락의 경우 용기 뚜껑은 합성수지로 코팅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둬 법적용도 오락가락한다" 고 주장했다.

도시락업체들은 특히 "자원법에는 '합성수지 사용자제' 로 명시돼 있는데 시행규칙에는 '사용금지' 로 규제를 강화한 것은 규칙이 모법을 위반한 것으로 명백한 위헌" 이라고 지적했다.

◇ 환경부 입장 = 윤성규 (尹成奎) 폐기물정책과장은 "지난 95년 8월 개정된 자원법에 합성수지 용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반영돼 그동안 업체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줬다" 며 "합성수지는 5백년 이상 썩지 않아 사용량을 줄여 나갈 수밖에 없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이유로 도시락용기의 경우 식품 관계법상 7~10시간 정도 보관에 문제가 없는 종이.펄프 용기를 사용토록 한 것뿐" 이라며 "컵라면.햇반 등은 현재 대체품이 완전하지 못해 오는 2002년부터 단계적으로 사용을 제한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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