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의 워싱턴 저널] 美에 부는 '현대판 골드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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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미국인들은 전에 없이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듯이 보인다.

벤처 기업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로 단숨에 떼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연일 신문의 경제면을 장식한다.

직장인들은 더 나은 보수와 스톡옵션을 찾아 그동안 몸담았던 안정된 대기업을 떠나 이름없는 중소기업에 과감히 몸을 던지거나, 아예 가진 돈을 털어 새로운 기업을 세운다.

올해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의 30%가 유명 대기업을 마다하고 첨단 벤처기업을 택했다.

지난 한햇동안 미국 기업의 전체 종업원 중 14.5%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직장을 떠났다.

미 노동부는 신규 취업을 포함해 1년에 약 5천만명이 직장을 옮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하는 것이 어쩐지 시대에 뒤떨어져 보일 정도다.

가위 서부 개척시대를 방불케 하는 도전과 모험의 대장정이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9년 호황은 이처럼 도전을 부추기는 미국 사회의 역동성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같은 '위험 선호형 (risk taking) 생활방식' 이 미국 사회의 주류가 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모아둔 알토란 같은 목돈을 서슴없이 주식에 투자하는 은퇴노인들도 늘고 있다.

미국인 개인금융자산 중 73%가 언제 폭락할지 모르는 주식에 운용되고 있다.

모두가 현대판 골드러시에 뒤처질새라 벤처기업과 주식시장을 기웃거린다.

이같은 야심찬 도전행렬의 후미에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도박.복권에 탐닉하는 무리도 끼여 있다.

단숨에 승자의 반열에 올라서려는 밑바닥 인생들의 처절한 몸부림은 그러나 대부분 분노와 좌절로 막을 내린다.

한햇동안 도박과 복권으로 털리는 미국인들의 주머니돈은 줄잡아 6천3백억달러 (약 7백56조원) .미국의 한해 국방예산과 맞먹는 액수다.

주식투자에 실패한 데이 트레이더 (초단기 주식투자자) 의 애틀랜타 총기 난사사건은 승산없는 도전의 비참한 말로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호황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달리지 않으면 넘어질 수밖에 없는 '도전' 이란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는 미국인들. 이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이처럼 열심히 달리는 것일까.

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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