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김자경 오페라단 공연 '라 트라비아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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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는 이제 명실공히 김자경오페라단의 간판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창단 30주년 기념공연은 물론 올해 '밀레니엄 오페라' 로 선택된 것. 국내 최다 상연 기록을 갖고 있는 인기 작품이라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매진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한 것은 과감한 캐스팅과 오디션으로 선발한 조역과 합창단의 뛰어난 앙상블 덕분. 별다른 공연 없는 하한기 (夏閑期) 를 공략한 마케팅도 주효했다.

지난 5~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은 신예들의 활약상이 유난히 돋보였던 무대였다.

지휘자 함신익은 짧은 연륜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 농익은 앙상블과 섬세한 표현을 이끌어내 국내 오페라 무대 데뷔에 성공했다. 그는 음표 하나 하나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소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음량과 색채의 폭을 더해 큰 획을 그어나갔다.

과도한 표현을 자제하면서도 에너지와 표현력이 꿈틀대는 생동감을 빚어냈다. 오케스트라는 관악기군의 미흡한 독주 기량에도 불구하고 패기 넘치는 앙상블과 팀웍을 보여줬다.

소프라노 전소은과 테너 이원준은 비올레타.알프레도 역을 맡아 나무랄 데 없이 초점이 정확하고 꽉찬 소리를 들려주었다. 거칠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고 힘있는 노래였다.

전소은은 1막의 고난도 아리아 '아, 그이인가' 를 비롯, 피날레 장면에서 혼신의 연기를 곁들인 표현력과 여유있는 발성과 호흡을 선보였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여주인공의 변화무쌍한 성격 묘사를 음색변화로 연결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소프라노 박정원.테너 김영환은 실력 발휘를 충분히 못했지만 필요할 때는 '비장의 무기' 를 요긴하게 구사했고 무대를 압도하는 자연스런 연기도 좋았다.

제르몽 역의 바리톤 김동규는 음악과 드라마의 무게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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