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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방과전 수업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정연아, 잘 있었어? 방학 끝나고 처음이다. 그치.” “얘들아 좀 천천히 달려라. 땀 흘릴 정도로 달리진 마.” 수업 시작종이 울리기 전 운동장이 갑자기 아이들로 가득 찬다. 와글와글, 북적북적. 아이들의 방과전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1 오전 8시30분 서울 신동초등학교 운동장.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더니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그 전부터 하나둘씩 운동장을 걷던 아이들도 곧 친구들과 뒤섞여 발걸음을 맞춘다. 심지어 늦은 등굣길인 아이들도 아예 가방을 운동장가에 둔 채 친구들 사이로 뛰어든다. 신동초교가 지난 5월부터 시작한 방과전 프로그램 ‘아침 달리기’다.

#2 같은 시각 용인 효자초등학교 1학년2반 교실. “해초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아는 사람” “어… 잘 모르겠어요, 엄마. 아니 선생님.”이 학교의 방과전 수업은 엄마들 몫이다. 올 3월부터 1학년 엄마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보람교사’ 프로그램이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 보람교사는 학생들이 엄마 선생님을 부르는 말이다.

#3 “마땅할 당(當)자는 밭 전(田)에 숭상할 상(尙)자로 이뤄져 있어요. 밭을 숭상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뜻이죠.” “그럼 옆에 있는 장(場)자는 흙이랑 관련 있겠네요?” 아직 어린 3학년 학생들이 고사리손으로 어려운 한자어를 써가며 공부한다. 분당 한솔초등학교에서 1주일에 2번, 오전 8시4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방과전 한자 수업장면이다.

요즘 초등학교에 방과전 수업 바람이 거세다. 대부분 올초 시작한 이 프로그램들은 기존의 오전 자율학습 시간을 활용해 진행된다.학생들이 등교한 오전 8시30분부터 9시사이의 자투리 시간을 쓰는 것. 짧은 시간이지만 효과는 만점이다.

신동초등학교 이은열(43) 교사는 “아침 달리기를 시작한 후 학습 능률이 높아졌다”며 “ 등교 후에도 몽롱한 학생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그런 학생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비만제로(0)’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실시하던 ‘아침 달리기’가 이제는 모든 학생에게 없어서는 안될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김치훈(신동초 6)군은 “아침 달리기 때문에 집에서 꼬박꼬박 밥을 먹고 나온다”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보면 머리도 맑아지고 평소에 보기 힘든 친구들을 만나 얘기도 할수있어 좋다”고 자랑했다.

엄마들이 나서 방과전 수업을 도맡는 경우도 있다. 용인 효자초 보람교사로 참여하고있는 김영란(37)씨는 “학기 초에 우연히 엄마들의 경력을 보고는 아이들의 보조교사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 학교에 건의했다”며 “담임 선생님보다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 같아 학습효과도 높다”고 말했다. 효자초등학교는 엄마들의 화려한(?) 경력을 발판삼아 영어, 논술, 한자, 중국어 등을 정규수업 전에 가르치고 있다. 영어과외 경력이 10년이 된다는 한혜경(37)씨는 “내 아이가 속한 반을 가르치다보니 보다 더 애착을 갖고 교육하게 된다”며 “학기 초에 영어 소문자를 제대로 쓸 줄도, 발음할 줄도 모르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다 잘한다”고 뿌듯해 했다.

올초 일부 초등학교에선 학과 수업의 연장으로 ‘0교시’ 보충수업을 편성해 말썽을 빚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실시되는 방과전 수업은 흥미있고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해 학교 안팎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솔초 김재열 교감은“학교생활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교육적 효과까지 거 두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사진설명]초등학교 방과전 수업이 학생·학부모들에게 인기다. 자투리 시간 활용에다 학업능률 향상까지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 신동초의 아침 달리기모습.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 사진=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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