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박석진, 9연패 롯데 구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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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경기전, 9연패의 롯데는 비장했다.

"80년 '서울의 봄' 입니다. 비상체제지요. " 굳은 표정의 양상문 투수코치는 5일 인천구장에서 현대와의 경기를 앞두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행여나 부담을 느낄까봐 선발투수 박석진에게 아무런 지시도 못하고 그저 등만 쓸어줬다.

경기장에 도착한 롯데선수들은 곧바로 주장 박정태의 호출을 받고 우측 담장 근처로 몰려갔다.

박정태가 무언가를 당부하더니 잠시후 어깨동무와 함께 "으샤! 으샤!" 하는 고함소리가 야구장에 울려퍼졌다.

경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한 롯데는 결국 이날 현대를 3 - 1로 꺾고 지긋지긋한 9연패의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엄청난 고통을 치르며 올린 55승째였다.

연패 탈출의 수훈갑은 선발투수 박석진. 지난달 31일과 지난 2일 삼성전에서 각각 3과3분의2이닝, 3이닝을 던져 피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은 이를 악물고 던졌다.

박은 7과3분의1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4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당당한 7승째를 낚았다.

홈플레이트에 공 반개만 물리며 꺾여들어오는 박의 슬라이더에 현대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롯데는 3 - 0으로 앞선 8회말 1사 1, 3루에서 에이스 주형광을 마무리로 투입하면서 연패 탈출에 안간힘을 썼다.

롯데는 2위 두산이 해태에 0 - 6으로 짐에 따라 두산과의 경기차를 1.5로 벌렸다.

잠실 경기에서 해태 선발 최상덕은 7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94년 8월 20일 인천 OB전 이후 자신의 통산 두번째 완봉승을 따냈다.

홈런 신화의 주인공 이승엽은 전주에서 벌어진 쌍방울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6회초 2사후 쌍방울 선발 성영재의 3구를 걷어올려 시즌 45호 중월아치를 그렸다.

한편 쌍방울의 '개근왕' 최태원은 프로통산 세번째로 6백경기 연속출장을 기록했다.

인천 = 심재우.김승현 기자, 전주 =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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