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9. 고급옷 할인매장'로데오거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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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싸구려 시장 옷은 싫다. 그렇다고 비싼 브랜드 의류를 사입을 처지도 못된다. 어떻게 해야 되나. 요즘 10~20대들의 옷에 대한 고민거리가 이만저만 아니다.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이같은 젊은층의 옷 고민을 해결해 주는 새로운 형태의 의류 상가 (商街)가 번창하고 있다.

서울의 문정동.목동.건대 입구.연신내.창동 등 상설 할인매장들이 한결같이 '로데오 거리' 를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는 것. 이곳 점포를 들여다 보면 유명 메이커의 고급 제품을 보통 50~70%씩 싸게 판다.

언뜻 봐서는 시판된지 1년이 지난 이월상품이라는 걸 알기는 쉽지 않다.

잭니클라우스.시스템.아디다스.보이런던.나이키.리복.노티카…. 국산 최고급 브랜드와 수입 의류 매장들뿐이다.

이들 매장은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은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고, 상품 진열도 신상품같이 고급스럽다.

"천덕꾸러기인 재고를 칙사 (勅使) 대접해 상품 가치를 높이는 점포라고 보시면 돼요. " 문정동 로데오 상점가 진흥조합 김성일 (金聖一) 이사장이 상가의 성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

유명 제조업체들은 팔다 남은 재고 의류 처분이 가장 큰 고민거리. 그런데 철 지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재고를 속칭 '땡처리' 로 헐값에 처리하다 보니 브랜드 이미지에 여간 타격이 가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제조업체가 재고를 처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상인들과 힘을 합쳐 이들 거리를 의도적으로 조성한 게 로데오 거리다.

◇ 90년대 중반 이후 확산 = 지난 94년께 문정동에 베네통 등 서너 개의 외국 의류업체들이 재고를 한군데서 모아 팔아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국내외 의류업체들이 앞다퉈 이곳에 유사한 매장을 차려 현재는 1백30여개의 할인점포가 들어섰다.

더구나 이들 점포는 10~20대들의 취향에 맞아떨어져 자연스럽게 젊음의 거리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 점포마다 최신 유행곡을 크게 틀어놓아 길거리에 음악소리가 요란하다. 젊은이들이 이 거리를 걷기만 해도 흥분하기에 충분하다.

이렇다 보니 이 일대가 먹고, 놀고, 쇼핑하는 '젊은이들의 천국' 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와 상인들은 '문정동의 성공' 에 자신감을 얻어 목동.창동.연신내.건국대 입구에 차례로 유사한 거리를 조성했다. 각각 50여개의 점포로 구성된 이들 거리는 '신세대의 거리' 'X세대의 거리' 를 표방하며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 지방자치단체까지 발벗고 나서 = 송파구 (문정동).양천구 (목동).은평구 (연신내).광진구 (건대입구).도봉구 (창동) 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들 지역을 아예 청소년의 건전문화 거리로 육성할 방침이다.

송파구의 경우 문정동을 일본의 하라주쿠와 같이 세계적인 할인전문상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문정동은 일본.태국.홍콩.대만.싱가포르 등에서 매일 1천여명씩 몰려오는 외국인들의 전용버스 주차장을 마련해 놓고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또 매년 4월과 10월을 전후해 여는 거리 축제도 인근의 경원대.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 등과 유기적인 협조를 한다.

'학생 패션쇼' 등 풍성한 거리 행사가 줄을 잇는다. 목동.연신내.건대입구.창동 등도 매주 토.일요일을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고 힙합 댄스.롤러 스케이트 경연대회 등을 연다.

특별취재팀 = 김시래.유지상.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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