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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과기위 초점] '파업유도 축소수사' 질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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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법사위

검찰이 5일 국회에서 뭇매를 맞았다.

의원들은 조폐공사 파업 유도.경기은행 퇴출 로비 사건.세풍 (稅風) 수사.옷 로비 의혹 사건.고관집 털이 사건 등 검찰 수사의 신빙성에 논란이 이는 모든 사안을 줄줄이 따졌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여야 한 목소리의 질책이었다.

장관 취임 이후 상임위에 첫 출석한 김정길 (金正吉) 법무부장관은 의원들의 집요한 검찰 성토를 간간이 반박했다.

진형구 (秦炯九) 전 대검 공안부장의 1인극으로 결론이 난 파업 유도 수사 결과에 대해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한나라당 이규택 (李揆澤) 의원이 "검찰의 수사 결론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 이라고 치고나가자 국민회의 조순형 (趙舜衡) 의원은 "상급자인 김태정 (金泰政)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고 뒤를 받쳤다.

자민련 송업교 (宋業敎) 의원은 "파업 유도는 검찰이 조직적으로 결정한 사안 아니냐" 고 몰아붙였다.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와 관련해선 여야 의원간의 설전도 벌어졌다.

한나라당 안상수 (安商守) 의원이 "이영우씨가 받은 돈이 이영작씨에게 전해졌다는 의혹에 대해선 왜 수사하지 않느냐" 고 이영작씨 연계설을 제기하고, 같은 당 정형근 (鄭亨根) 의원은 "주혜란씨로부터 로비를 받은 몸통의 실체를 밝히라" 고 거들었다. 이 과정에서 "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흘리느냐" 는 조찬형 (趙찬衡) 의원 등 국민회의 의원들과 충돌도 빚었다.

그러나 송업교 의원이 "경기은행이 전방위 로비를 펼쳤음은 불문가지" 라며 "검찰은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고 한나라당 쪽 손을 들어줘 국민회의 의원들을 머쓱하게 했다.

서승욱 기자

◇ 과기위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선 이번 수재에서 나타난 기상청의 예보능력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 모두 기상청이 지난 6월부터 운용하기 시작한 슈퍼컴퓨터 덕분에 조기 예보엔 성공했지만 여전히 강우량 예측엔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김형오 (金炯旿) 의원은 "이번 호우 때 강우량 예측이 2백㎜ 이상 빗나간 적도 있었다" 고 꼬집었다.

그는 "아무리 슈퍼컴퓨터의 능력이 뛰어나도 정보를 최종 판단하는 것은 예보관의 분석 능력" 이라며 기상 전문인력 부족이 예보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회의 이해찬 (李海瓚) 의원은 "최근 기상청에서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한 뒤에도 폭우가 쏟아졌다" 며 "한반도의 기후가 크게 변화하고 있어 전통적인 기후대책을 손질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고 추궁했다.

슈퍼컴퓨터의 역할과 한계를 제대로 알려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과학기술처장관 출신인 한나라당 이상희 (李祥羲) 의원은 "슈퍼컴퓨터가 제 역할을 다하려면 적어도 2~3년간의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 며 "국민들이 슈퍼컴퓨터에 과도한 기대를 갖게 해선 곤란하다" 고 말했다.

李의원은 또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기상대책을 1급 외청장에게 맡기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며 국가기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문승의 (文勝義) 기상청장은 답변에서 "90년대 들어 장마 후 강우량이 급증하는 등 비정상적 기상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며 "현재 선진국에서도 국지적 집중호우 때는 정확한 강우량 예측을 하지 못한다" 고 해명했다.

文청장은 이어 "기상연구소 인력을 슈퍼컴퓨터 활용을 위한 예보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며 단기예보 정확도를 2006년까지 기상선진국 수준인 88%까지 올리겠다" 고 다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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