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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는 '알바니아 해방구'…평화유지군 턱없이 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유고연방 코소보 지역이 사실상 코소보해방군 (KLA) 을 중심으로 한 알바니아계의 독립국가로 변해가고 있다.

이 지역을 공식 관할하는 기구는 유엔 임시 코소보행정기구 (UNMIK) 와 3만5천명의 평화유지군 (KFOR) .하지만 코소보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르비아계 주민에 대한 방화와 약탈 등 혼란상황을 통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틈을 이용, 사실상 코소보를 통치하고 있는 세력은 과거 분쟁의 원인이기도 했던 KLA다.

대다수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단체의 지도자 하심 타치 (30) 는 자칭 총리를 자처하며 코소보 임시정부를 꾸려가고 있다.

독일 유력 일간지 디 벨트는 3일 하심 타치가 최근 자신의 삼촌 아젬 실라를 국방장관에 임명했으며 예하 병력을 경찰로 이용, 내무부를 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심 타치는 현재 코소보 주민들을 상대로 세금을 징수하고 있으며, 한때 세르비아계의 소유였던 회사와 아파트 등을 몰수해 추종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주도 프리슈티나를 비롯, 각 지방 도시와 마을의 행정은 이미 KLA가 장악한 상태. 특히 프리슈티나의 경우는 무장한 KLA 장교들이 기존 인사들을 몰아내고 회사와 단체 등을 장악하는 등 가위 사회.경제적 혁명상태라고 디 벨트는 전했다.

그러나 유엔의 코소보행정기구는 치안과 행정담당 인력이 부족해 사실상 무력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3천1백명의 유엔 경찰병력이 코소보 전역의 치안을 담당할 예정이었으나 유엔 평화유지군 진주 2개월이 지난 지금 단 1백60명만이 임무에 들어갔을 뿐이다.

3만5천명의 평화유지군도 코소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방화와 폭동 등을 진압하기에는 벅차다.

베르나르 쿠슈네 (59) 코소보 민간행정관은 "그나마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KLA와 같이 일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밝혔다.

유고연방 정부는 이에 대해 "KFOR와 UNMIK가 그 의무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며 코소보에 병력을 재파견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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